‘성과급 분배’ 둘러싸고 갈등 격화
“DS, 휘두른 칼에 너희도 쓰러질것”… “비반도체 나가도 과반 유지 가능”
커뮤니티 블라인드서 서로 비난 글… 씨티그룹 “파업 우려” 목표주가 낮춰
삼바 노조 전면파업 사흘째 이어가… 使 “노조, 채용-M&A도 동의 요구”
지난달 23일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가 ‘4·23 투쟁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21일 총파업을 예고한 삼성전자 노동조합을 둘러싼 사내 갈등이 커지고 있다. 반도체 부문 중심의 노조 운영에 불만을 품은 비(非)반도체 부문 조합원들이 하루에만 1000명씩 노조에서 탈퇴하고 있다. 3일에는 파업 예고에 삼성전자 목표 주가를 낮춰 잡은 글로벌 투자은행(IB)도 등장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역시 노조가 인사 및 경영 참여를 요구하면서 3일째 파업에 나섰다.
● 수면에 오른 ‘반도체-비반도체’ 갈등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초기업노조에서는 지난달 23일부터 이달 2일까지 열흘 동안 2500여 명의 조합원이 탈퇴 신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홈페이지 게시판을 중심으로 탈퇴 신청 글이 늘고 있다. 종전 하루 100건 미만이던 탈퇴 신청 건수는 지난달 28일 500건을 넘었고, 29일 1000건을 돌파한 것으로 전해졌다.
탈퇴 직원들의 가장 큰 불만은 이번 파업을 주도하는 초기업노조가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의 이해만 대변한다는 것이다. 반도체 초호황 속에서 ‘역대급’ 실적을 낸 DS 부문은 1인당 수억 원대 성과급을 요구하고 있지만 가전, TV, 모바일 등 완제품을 생산하는 디바이스경험(DX) 부문은 올 1분기(1∼3월)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6% 줄었다. 초기업노조 조합원 7만4000여 명 중 80%가량이 DS 소속이다.
인증을 받아야 가입할 수 있는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선 양측의 갈등이 적나라하게 표출되고 있다. DS 소속으로 보이는 아이디 ‘lXXXX’은 “DX 전원이 나가도 DS만으로 (노조) 과반을 유지할 수 있다”고 했다. 반면 DX 부문 조합원들은 자신들이 노조에서 배제당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sXXXX’ 아이디 조합원은 “주변에 노조 가입 독려도 했는데 탈퇴한다”며 “결국 너희들(DS)이 휘두른 칼에 너희들이 맞고 쓰러질 것”이라고 적었다.
씨티그룹은 삼성전자 노조 파업으로 삼성전자 단기 실적이 나빠질 수 있다고 보고 목표 주가를 하향 조정했다. 씨티그룹 피터 리 애널리스트는 지난달 30일 보고서를 통해 삼성전자 목표 주가를 32만 원에서 30만 원으로 하향했다. 투자 의견은 ‘매수(Buy)’를 유지했지만 삼성전자가 성과급 관련 충당금을 반영할 경우 올해와 내년 영업이익이 각각 10%, 11% 감소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 노사 갈등이 장기화되면서 이익 배분과 관련된 외부 개입도 늘고 있다. 이날만 해도 박용진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이 “삼성전자가 성과를 만드는 과정에 함께한 협력업체, 하청업체, 사내 비정규직이 잔치에서 배제되고 있다”고 했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삼성전자 노조의 행태는 과도하다”며 “(회사) 영업이익이 귀속되는 주체는 주주”라고 밝히기도 했다.
학계에선 노조의 일률적인 보상 요구가 갈등을 키우고 핵심 인재 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송재용 서울대 경영대 석좌교수는 “삼성전자가 파업에 나설 경우 글로벌 빅테크들이 공급망 다변화 시도를 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리스크”라며 “엔비디아 등은 조건부 주식 보상(RSU) 형태로 파격적 차등 보상을 하며 인재를 묶어놓고 있다”고 말했다.
● 채용·인사권 요구하며 사흘째 파업
삼성 계열사의 노사 갈등은 삼성전자에 그치지 않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의 전면 파업도 1일부터 사흘째 이어지고 있다. 노조에 따르면 이번 파업에 참여한 조합원은 2800여 명으로 전체 노조원 4000여 명 중 70%, 전 직원 5400여 명의 52%다. 사 측은 파업으로 1500억 원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노사는 지난해 12월부터 올 3월까지 13차례 교섭을 진행했지만 큰 진전이 없어 전면 파업이 시작됐다. 노조 측은 1인당 3000만 원 격려금과 평균 14%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으며, 회사는 6.2%의 임금 인상과 일시금 600만 원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사 측은 노조가 제시한 단체협약 요구안에 신규 채용, 인사고과, 인수합병(M&A) 등 핵심 경영 사안에서 노조의 사전 동의를 받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며 “경영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사는 4일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중재로 협상에 나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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