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원인을 밝히기 위해선 가장 결정적인 ‘선체 인양’이 이뤄져야 하지만 깊은 수심과 기상 여건 탓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10일 여수해양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오전 1시 41분쯤 여수시 삼산면 하백도 동쪽 약 17㎞ 해상에서 침몰한 서경호 선체는 사고 지점에서 약 370m, 수심 80m 바다 아래에 가라앉아 있다.
선체는 사고 발생 14시간 만인 전날 오후 3시 54분쯤 발견됐다. 서경호는 바다 밑에 고정돼 있지 않고 조금씩 이동하고 있지만 이동 폭이 미미하다는 게 해경 측 설명이다.
침몰 원인은 먼저 높은 파도와 암초에 얹힌 좌초, 어획량, 그물 위치 등 침몰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는 요소들을 파악하고, 이들 요소 중 무엇이 복원력 상실의 주요한 원인으로 작용한 것인지 규명하는 것이 관건이다. 복원성은 수면 위 배가 기울어질 때 원위치로 되돌아오려는 성질을 말한다.
사고 당시 초속 10~12m 강풍이 불고 2~2.5m 높이의 너울성 파도가 일었지만 139톤급 대형 어선이 뒤집힐 만큼의 기상 상황은 아니라고 해경은 전했다.
해경은 좌초 가능성에 대해서도 “현재까지 확인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다만 연안에서 암초에 부딪혔고 그 암초에 의해 생긴 미세한 균열이 항해를 지속하면서 커졌을 가능성, 아니면 항해 중 다른 이유로 파공이 발생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해상 사고는 외부 충돌에 따른 작은 손상에도 침수 등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다양한 가능성이 제기된다.
9일 오전 전남 여수시 삼산면 하백도 동쪽 약 17㎞ 해상에서 139톤급 대형트롤선박이 침몰(추정)돼 선원이 구명 뗏목에서 구조를 기다리고 있다. (여수해경 제공) 2025.2.9
서경호는 대형트롤어선으로 그물이 선미 쪽에 위치해 있으며 외부 영향과 어획량에 따라 복원성을 순간적으로 잃을 순 있지만, 조업을 위해 이동하는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돼 일단은 이들 요인과는 큰 관련이 없을 것으로 파악됐다.
4척의 선단선과 18㎞ 구간을 유지하며 항해했던 만큼 선박끼리 충돌 가능성도 희박하다.
서경호는 과승, 과적, 개조 등 사고로 이어질 만한 불법적인 정황도 발견되지 않아, 해경은 침몰 원인을 추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1996년 건조된 서경호가 30년 가까이 운항하는 과정에서 결함이나 기능 고장이 발생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가장 중요한 ‘선체 인양’에는 80m 수심과 기상 악화 등으로 상당 기간 소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사고 선사 측과 협의나 최첨단 고가 장비 투입 등 선체 인양은 장기화할 조짐이다.
해경은 생존자들의 증언과 진술 등을 토대로 모든 변수와 가능성을 열어두고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해경 관계자는 “사고 원인을 유추해서 말할 수 없지만 선원 진술, 일반적으로 확보하는 자료, 선체 인양 등을 통해 관계기관과 합동 후 최종적으로 사고 원인을 규명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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