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상 재판부 “김만배도 자해, 증거인멸 우려 커”…보석 부정적

  • 뉴시스
  • 입력 2023년 4월 7일 14시 08분


대장동 사업에 특혜를 주는 대가로 지분을 나눠받기로 약정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의 보석 청구와 관련해 사건을 심리 중인 재판부가 부정적인 견해를 내비쳤다.

앞서 보석으로 석방됐던 김만배(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씨가 자해를 시도 한 정황에 비춰 보석 청구가 인용될 경우 증거 인멸의 우려를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재판부 시각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조병구)는 7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 혐의로 기소된 정 전 실장 등 2명의 2차 공판기일 말미에서 “이 사건 다수 관계자들이 증거 인멸을 시도하고 자해 시도까지 했다”며 “보석 여부와 더불어 보석 허가 시 조건을 무엇으로 할지 고민되는 부분”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대장동 본류 사건에서는 구속 연장을 한 차례 했지만 조건 없는 만기 석방을 했는데, 이렇게 되면 증거 인멸 상황이 더 쉽게 발생하는 것이 아닌가”라며 “쌍방 주장과는 다른 재판부의 고민이 있다. 보석 허가 여부에 대해 고민하며 살피고 있다”고 했다.

정 전 실장은 지난해 11월19일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 이후 5개월 째 수감 중이다.

구속 직후 정 전 실장 측은 구속 여부를 재판단해달라며 법원에 구속적부심을 청구했지만 기각됐으며, 이후 지난달 30일 이 재판 본 절차 돌입 하루 전 불구속 재판을 받게 해달라며 보석을 청구했다.

지난 공판에서 도주 우려와 증거 인멸을 이유로 보석 허가를 기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전 실장 측은 검찰이 구속재판을 응징 수단으로 삼고 있다며 대립했다.

검찰이 기소한 시점부터 6개월 구속 기간을 추산하면, 오는 6월 초 구속기간 만료가 다가온 상황이다. 이날 재판부는 앞서 김씨 사례를 언급하며 보석 청구 관련 우려를 나타낸 것이다. 김씨는 지난해 11월 출소 후 자해를 시도한 바 있다.

이날 재판에서 정 전 실장 측은 검찰이 제시한 주요 증거에 대해 반박 의견을 냈는데, 검찰이 이를 재반박하며 한 차례 공방을 빚었다.

정 전 실장 측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으로부터 받은 뇌물로 아파트 중도금을 처리했다는 의혹에 대해 “피고인 측은 분양 대금 마련을 위해 타인에게 5000여만원을 빌렸고 적금 만기 등의 정황을 보면 분양 자금의 출처는 지극히 일반적인 모습”이라고 반박했다.

검찰이 유 전 본부장의 성남도개공·경기관광공사 재직 시절 관용차량 운행 일지를 근거로 뇌물이 전달됐다고 의심한 부분에 대해서도 “운행일지 자체의 신빙성이 의심스럽다”며 “피고인에게 떡값 명목으로 1000만원을 줬다는 시점에 유동규가 관용차를 타고 시청을 방문하는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했다.

유 전 본부장으로부터 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 “유동규가 업소에서 결제한 내역을 근거로 접대했다고 볼 수 없다”며 “검찰은 막연한 추측이 아닌, 접대 사실을 보다 면밀히 입증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또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의 재선에서도 열세 또는 접전이었다는 검찰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승리를 예상한 상황에서 알지도 못하는 남욱 등 대장동 민간업자에게 불법 선거운동을 하게 할 필요성이 없다”고 했다.

아울러 논란이 된 성남시장 사무실 내 CCTV 관련해 검찰 진술의 신빙성을 저격했다. 변호인은 “(CCTV가 작동하지 않는다고 진술한) 이모씨는 은수미 시장 시절 근무자로 당시 시장실과 비서실 구조를 알지 못하기에 진술의 신빙성이 낮다”고 했다.

검찰이 “(분양 대금을) 어떻게 마련했는지가 검찰 주장의 요지”라며 “예금에서 다 냈으니 정당하다는 건 말이 안된다” 등 반박에 나서며 법정 내 소란이 일자 재판부가 “자극적인 이야기를 자제해달라”고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재판부는 오는 14일 다음 공판을 열고 이 사건 공동피고인인 유 전 본부장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할 예정이다. 유 전 본부장 측은 진술을 번복한다는 정 전 실장 측 지적에 대해 “번복이 아닌 자백”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정 전 실장 측은 지난 기일에 이어 이날에도 장외에서 언론을 상대로 한 입장 발표를 통해 검찰의 공소사실을 지적했다.

정 전 실장 측 변호인은 재판 종료 후 법원 밖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재판에서 검찰이 증거의견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을 뿐인데 (검찰 측 반응이) 왜 그런지 모르겠다. 다분히 언론을 의식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4만쪽 기록을 가진 이 사건을 잘 아는 사람은 피고인 본인이지만 구치소에서는 기록을 볼 수도 없다”며 “공평하게 재판에 임하도록 배려해달라는 내용의 보석 의견서를 피고인이 재판부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어 “유동규 진술만이 증거인 상황에서 진술의 일관성은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며 “자백 역시 진술의 번복이다. 신문 과정에서 충분히 드러날 수 있도록 변호를 준비할 것”이라고 했다.

정 전 실장은 대장동 사업 특혜를 제공한 대가로 천화동인 1호 지분의 절반인 24.5%를 나눠 가지기로 약속한 혐의를 받는다. 액수로 치면 700억원, 각종 비용 공제시 428억원에 달한다. 검찰은 정 전 실장이 2013년 2월부터 2020년 10월까지 성남시 정책비서관을 맡으면서 유 전 본부장으로부터 편의 제공 대가로 7회에 걸쳐 2억4000만원의 금품을 수수했다고 보고 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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