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만에 입을 연 인천 택시강도살인범 2명…“6만원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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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3월 7일 1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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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경찰청 강력계 중요미제사건 전담수사팀이 16년간 미제로 남았던 택시기사 강도살인 범인들을 체포했다. 경찰은 중요 장기미제사건으로 전담팀을 구성해 방화 현장에서 확보한 DNA, 인근 CCTV를 토대로 범행에 이용된 동종 차량을 9만2000여대로 압축해 추적해 주범과 범행에 가담한 공범을 잇따라 체포했다. 경찰에 체포된 피의자의 모습. 2023.3.7/ 인천경찰청 제공
인천경찰청 강력계 중요미제사건 전담수사팀이 16년간 미제로 남았던 택시기사 강도살인 범인들을 체포했다. 경찰은 중요 장기미제사건으로 전담팀을 구성해 방화 현장에서 확보한 DNA, 인근 CCTV를 토대로 범행에 이용된 동종 차량을 9만2000여대로 압축해 추적해 주범과 범행에 가담한 공범을 잇따라 체포했다. 경찰에 체포된 피의자의 모습. 2023.3.7/ 인천경찰청 제공
인천에서 2007년 발생 후 장기미제로 남았던 ‘남촌동 택시기사 강도 살인 사건’의 범인들이 16년만에 붙잡혀 입을 열었다.

이들은 범행 은폐를 위해 택시를 방화하면서 사용한 불쏘시개가 오히려 덜미가 돼 검거됐다. 불쏘시개에 남아 있던 지문이 최근 과학기술로 확보 가능해지면서, 피의자가 잇따라 확인되면서다.

교도소 동기인 이들은 출소 후 경제적 어려움에 빠져 택시기사를 상대로 한 강도 범행을 사전에 계획했고 현금 6만원을 빼앗았지만, 얼굴이 노출돼 검거될 것을 두려워 해 살인 범행까지 이른 것으로 조사됐다.

인천경찰청 강력계 중요미제사건 전담수사팀이 16년간 미제로 남았던 택시기사 강도살인 범인들을 체포했다. 2007년 도주한 피의자의 모습. 2023.3.7/인천경찰청 제공
인천경찰청 강력계 중요미제사건 전담수사팀이 16년간 미제로 남았던 택시기사 강도살인 범인들을 체포했다. 2007년 도주한 피의자의 모습. 2023.3.7/인천경찰청 제공
7일 인천경찰청 강력계 중요미제사건 전담수사팀에 따르면 최근 강도살해 혐의로 구속된 40대 남성 A씨와 B씨는 교도소 동기 사이다.

이들은 출소 후 각자 경제적 어려움에 빠지자 택시기사를 상대로 한 강도 범행을 계획했다. 범행 현장을 물색하고 도피에 사용할 차량을 확보하고, 범행 은폐를 위해 방화에 쓰일 도구, 그리고 택시기사를 위협할 흉기까지 준비했다.

인천경찰청 강력계 중요미제사건 전담수사팀이 16년간 미제로 남았던 택시기사 강도살인 범인들을 체포했다. 인천경찰청 오승진 형사과장이 7일 본청 수사동 중회의실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3.3.7/뉴스1
인천경찰청 강력계 중요미제사건 전담수사팀이 16년간 미제로 남았던 택시기사 강도살인 범인들을 체포했다. 인천경찰청 오승진 형사과장이 7일 본청 수사동 중회의실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3.3.7/뉴스1
특히 인천에서 주로 활동하며 인근 지리를 잘 알았던 A씨는 폐쇄회로(CC)TV가 없고 인적이 드문 장소를 물색했고, 범행 은폐가 쉽고 가뜩이나 좋지 않은 CCTV 화질을 더욱 잘 가릴 수 있는 비가 내리는 날로 날짜도 특정했다.

범행 당일인 2007년 7월1일 오전 3시 인천 미추홀구 관교동 모 교회 앞에서 C씨(당시 43세)가 몰던 택시를 잡아 탄 A씨 등은 도착지를 인천세무서라고 밝혔다.

승객을 가장했던 이들은 갑자기 흉기를 들고 강도범으로 돌변했다. 이동 중 C씨를 위협했고 C씨가 도주하려 하자 제압 후 운전은 B씨가 맡았다. 이어 남동고가에 이르러 C씨를 흉기로 찌르고 목을 졸라 살해하고 다시 범행 현장에서 2.5㎞ 떨어진 미추홀구 관교중학교 뒤편 주택가 골목길로 택시를 몰고 이동했다.

이후 택시 안에 있던 동전과 C씨의 지갑 등에 있던 총 6만원을 훔쳤고, 미리 준비한 차량으로 이동해 달아났다.

이들은 운전석 문쪽에 있던 1000원짜리 뭉치는 발견하지 못한 채 동전과 C씨의 지갑만 들고 도주했다. 도주 당시 택시는 미리 준비한 도구로 불에 태워 흔적을 없앴다.

또 차량을 매각하고 경기도로 이동했다가 지방으로 내려가 은신해 도피생활을 16년간 이어왔다.

인천경찰청 강력계 중요미제사건 전담수사팀은 강도살해 혐의로 40대 남성 A씨와 B씨를 구속했다고 7일 밝혔다. 사진은 피의자들이 강도살해 범행을 하면서 이동한 경로 2023.3.7/인천경찰청 제공
인천경찰청 강력계 중요미제사건 전담수사팀은 강도살해 혐의로 40대 남성 A씨와 B씨를 구속했다고 7일 밝혔다. 사진은 피의자들이 강도살해 범행을 하면서 이동한 경로 2023.3.7/인천경찰청 제공
경찰은 당시 택시에 불이 나는 것을 목격한 행인의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해 A씨 등에 대한 추적에 나섰다. 경찰은 당시 32명으로 수사전담반을 편성해 6개월간 집중 수사를 벌였다. 수도권에 등록된 범죄 용의차량 5968대, 통신 수사 2만6300여 건, 876세대 탐문수사 등을 진행했다.

이어 C씨의 손목에 묶인 끈, 담배꽁초, 혈흔 등을 채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DNA분석을 의뢰했다.

그러나 A씨 등이 범행을 한 남동고가는 인적이 드물고, 당시 CCTV도 설치돼 있지 않아 수사에 난항을 겪었다. 또 현장에서 확보한 증거로는 용의자 특정이 어려워 결국 사건은 장기미제로 분류했다.

2016년 중요미제사건 전담수사팀이 꾸려졌고, 팀은 재차 불쏘시개를 검토했다. 불쏘시개는 당시 빗속에서도 젖지 않은 채로 남아 있었고, 경찰은 재차 이 종이 불쏘시개를 국과수에 분석을 의뢰했다.

그 결과 당시 기술로는 확보할 수 없었던 지문을 채취했다. 경찰은 지문 당사자 추적을 통해 피의자 1명을 특정했고 잇따라 공범까지 검거했다. 범행 은폐를 위해 쓰인 불쏘시개가 오히려 범인의 덜미를 잡는 유력 증거로 남았다.

경찰은 인근 CCTV를 통해 확인된 흰색 번호판 등을 토대로 범행에 이용된 동종차량 9만2000여대를 압축 후 관련이 높을 것으로 보이는 990대의 차량을 재차 압축했다.

이후 해당 차량을 소유했거나, 소유 중인 2400여 명을 직접 찾아가 면담 수사를 했고 A씨를 1월5일 검거했다.

A씨는 경찰에 붙잡혀 “기억이 나질 않는다”며 혐의를 부인했지만, B씨는 혐의를 인정하면서 “처음부터 살해 목적은 없었고, C씨가 얼굴을 봐서 검거될까봐 두려워 살인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A씨를 구속해 송치했고 A씨는 재판을 앞두고 있다. 또 B씨도 추후에 검거 후 구속해 오는 8일 신상공개위원회를 개최해 신상공개를 추진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세상에 잊히는 사건은 없고, 포기하면 공범이라는 각오로 미제사건 수사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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