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20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안상훈 사회수석, 김은혜 홍보수석이 배석한 가운데 노조 회계 투명성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3.2.20. 뉴스1
정부가 회계자료 실태 조사에 불응하는 노동조합에 대해 지원금 중단과 환수 카드를 꺼내든 가운데,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등 양대 노총이 한목소리로 정부를 규탄했다.
한국노총 이지현 대변인은 20일 브리핑에서 정부 요청에 따른 재정 관련 서류 비치 의무를 이미 이행했다면서 “정부가 월권을 행사하고 노조 운영에 지나치게 개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대변인은 “(지원금은) 철저히 외부 회계감사를 받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이와 관련 없는 노조 조합비 회계자료 미제출을 문제 삼아 국회가 승인한 예산을 갖고 협박하는 것은 치열하고 치졸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지원을 중단할 경우 가장 문제 되는 것은 전국에 있는 19개 지역상담소 상담원들의 인건비”라며 “30년 넘는 기간 조합원과 국민에게 법률지원 서비스를 이어온 상담소 직원 32명의 월급을 볼모 삼았다”고 비난했다.
민주노총 한상진 대변인도 이날 입장문을 내고 정부와 광역자치단체가 보낸 공문에 따라 사업계획서를 내고 선정되면 받는 지원금에서 부정 사용을 찾을 수 있겠느냐며 “정부 자신의 논리를 부정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대변인은 “세액 공제와 보조금·지원금 중단 등 돈을 가지고 겁박하는 정도에 이르렀다”며 “정부가 말하는 노조회계 투명성이나 일련의 노조에 대한 공세의 본질이 여지없이 드러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정부의 공세는 모두 법 개정 사항인데 현재 (정치) 지형상 가능하지 않다”며 “결국 내년 총선과 이후 정치 일정에서 개혁을 가로막는 걸림돌로 거대 야당과 노조를 지목해 표를 몰아 달라는 주장으로 가기 위한 포석”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이 고용노동부와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로부터 받은 노조 지원 내역에 따르면 양대 노총이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받은 지원액은 총 1520억5000만 원이다. 광역자치단체가 1343억4000만 원을, 고용부가 177억1000만 원을 지원했다.
노동조합법에 따르면 노조는 재정에 관한 장부와 서류를 작성해 사무소에 비치해야 하고, 행정관청이 요구하는 경우 결산 결과와 운영 상황을 보고해야 한다. 하지만 앞서 고용부가 지난 15일까지 조합원 수 1000명 이상 단위 노조 및 연합단체 327곳에 회계 관련 자료를 요청한 결과 120곳(36.7%)만 정부 기준에 맞춰 자료를 제출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오후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으로부터 관련 보고를 받고 “노조의 회계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고서는 공정한 노동개혁을 이룰 수 없고, 기득권 강성 노조의 종식 없이는 청년의 미래가 없다”며 정부 지원금 중단을 포함한 고강도 대응을 주문했다.
이에 이 장관은 오후 브리핑에서 “과태료 부과와 현장 조사를 진행한 뒤에도 재정에 관한 서류를 비치할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노조는 정부 지원에서 배제하고, 이미 지급된 보조금도 부정하게 사용된 경우 환수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현행 소득세법 시행령에 따라 노조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노조 조합비 15%에 대해 세액을 공제하는 제도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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