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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사회

“순식간에 물바다…냉장고가 둥둥” 부여 시간당 110㎜ 폭우

입력 2022-08-14 20:31업데이트 2022-08-14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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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여군 은산면 시가지에서 걸어나온 한 주민이 다리에 서서 은산천 하류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 뉴스1
“이런 물난리는 태어나 처음이야. 하천이 넘치면서 마을이 순식간에 물 바다로 변했어.”

14일 오후 1시경 충남 부여군 은산면 신대리에서 50년 가까이 마트를 운영하고 있다는 성백철 씨(74)는 기자를 보자마자 큰 한숨을 내쉬었다. 가게 안에는 흙탕물이 무릎까지 차올라 있었다. 성 씨는 물 위에 둥둥 떠있는 과자와 생필품을 주워담으며 연신 혀를 찼다.

가게 앞 도로에도 폭우가 휩쓸고 간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빗물에 쓸려 떠내려온 가전제품과 식기류 등이 흙더미에 파묻혀 있었고, 거리 곳곳에 비료포대와 나뭇가지 등 쓰레기가 수북하게 쌓여 있었다.

● 주택·상가·차량 침수…농작물 피해 잇따라

전날부터 이날 오전까지 충남 남부지역에 폭우가 쏟아지면서 주택과 건물, 농경지 등이 물에 잠기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특히 밤사이 호우경보가 발효됐던 부여군 은산면 신대리는 14일 새벽 1시경부터 시간당 110.6㎜의 기록적 폭우가 내리며 은산천이 범람했다. 주변 주택과 상가 수십 곳이 물에 잠겼고 인근에 주차 중이던 차량 수십 대가 침수됐다. 성 씨는 “냉장고가 마치 종이배처럼 둥둥 떠다니다 가게 현관을 막았다”며 공포스러웠던 당시를 기억했다.

부여군 공무원과 자원봉사자들이 은산면 시가지에서 응급 복구작업을 하고 있다. 뉴스1



이날 오후 둘러본 은산천 일대는 마치 폭격을 맞은 듯했다. 둑방 곳곳이 움푹 패여 있었고 하천 전봇대도 빗물에 휩쓸려 쓰러진 상태였다. 주변 도로는 토사로 아스팔트를 보기 어려웠다.

주민들은 하루 아침에 생활터전을 잃어버렸다고 하소연했다. 미용실 주인 송민자 씨는 “미용실 집기와 에어컨, 선풍기, 차량까지 모두 물에 잠겨 작동이 안 된다”며 “내일 비가 더 온다는데 배구수를 막은 쓰레기를 빨리 치우지 않으면 더 큰 피해를 입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청양군 장평면에선 새벽에 내린 집중호우로 화산2리 야산에서 토사가 쏟아져 내리면서 주택을 덮쳤고, 남양면에서는 도로가 심하게 파손됐다. 보령시에서도 대천나들목 인근 도로에 물이 차면서 주변을 지나던 차량이 물에 잠겨 운전자가 급하게 대피했다.

농작물 침수 피해도 잇따랐다. 부여에서만 멜론과 수박, 포도 비닐하우스 등 약 170㏊가 물에 잠겼다. 샤인머스켓을 재배하는 배원덕 씨(부여군 은산면)는 “물이 차면 포도의 당도가 떨어지고 알맹이가 터져 상품가치를 잃는다. 그렇다고 익지 않은 상태에서 빨리 수확도 할 수 없어 난감하다”고 했다.

● 이재민 7600여 명…서울 실종자 1명 오인 신고 결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8일부터 내린 집중호우로 사는 곳을 떠나 대피한 이재민과 임시대피자는 이날 오후 6시 현재 7개 시도 3823가구(7595명)에 달한다. 주택과 상가 등 6876채가 물에 잠겼고 농경지 1140㏊가 침수됐다.

사망자는 서울 8명과 경기 4명, 강원 2명 등 지금까지 14명 발생했다. 실종자는 6명, 부상자는 26명이다. 이번 집중호우로 당초 서울 서초구에서 4명이 실종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중 3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소방당국은 수색 결과 건물 지하에서 실종된 것으로 알려진 나머지 1명은 오인 신고라는 결론을 내리고 실종자 수에서 제외했다.

한편 9일 경기 광주시에서 불어난 하천에 휩쓸려 실종된 남매 중 남동생(64)은 13일 오전 11시 반경 실종 지점에서 약 23㎞ 떨어진 팔당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소방당국은 이 남성의 누나인 70대 여성과 9일 경기 남양주시에서 하천 급류에 휩쓸려 실종된 여중생, 같은 날 강원 원주시에서 실종된 노부부 등 남은 실종자에 대한 수색을 이어가고 있다.

부여=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광주=공승배 기자 ks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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