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과목 유불리 없애려다 ‘불수능’…“예고된 참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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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11월 23일 14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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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영복여자고등학교에서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마친 수험생들이 교문을 나서고 있다. /뉴스1 © News1
지난 18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영복여자고등학교에서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마친 수험생들이 교문을 나서고 있다. /뉴스1 © News1
문·이과 통합형으로 처음 시행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두고 교육당국이 선택과목에 따른 유불리 문제를 피하려다가 ‘불수능’을 자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입시업계에 따르면, 지난 18일 진행된 수능 수학영역에서는 공통과목이 다소 까다롭게 출제됐다는 평가가 대체적이다.

선택과목 간 난도 차이를 줄이고 공통과목 변별력을 높여 선택과목에 따른 유불리를 최소화하고자 했다는 분석이다.

문·이과 통합형 수능 시행이 예고됐을 때부터 입시업계에서는 선택과목에 따른 유불리 발생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았다.

수능에서 선택과목별 점수 차이가 부각되면 수능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에 비판이 쏠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수능 당일에도 위수민 2022학년도 수능 출제위원장(한국교원대 교수)은 “국어영역과 마찬가지로 수학영역도 선택과목에 따른 수험생 간 유불리 가능성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출제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선택과목 유불리 논란을 피해야 하는 평가원 입장에서는 공통과목을 어렵게 출제하면서 변별력을 갖추는 것이 최선일 수 있는 셈이었다.

가령 수학에서 ‘확률과통계’를 선택한 수험생과 ‘미적분’을 선택한 수험생이 공통과목에서 점수 차이가 발생해 등급이 갈린다면 적어도 선택과목 유불리 공격은 막아낼 수 있어서다.

일선 교사들은 실제로 지난 6·9월 모의평가에서도 평가원이 공통과목을 다소 어렵게 내면서 난이도 조절을 해온 것으로 보고 있다.

6·9월 모의평가 기조대로면 수능에서도 공통과목이 다소 까다롭게 출제될 것은 어느 정도 예상이 되는 대목이다.

다만 평가원은 수능 당일 브리핑에서 공통과목과 선택과목 난도를 따로 구분해서 설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의도적으로 ‘공통과목은 쉽게, 선택과목은 어렵게’ 내거나 ‘공통과목을 어렵게, 선택과목을 쉽게’ 출제하지는 않았다는 의미다.

하지만 입시업계에서는 2교시 수학이 끝난 뒤 “공통과목은 2·3점 문항부터 전반적으로 난도가 높아지고 낯설게 느껴지는 객관식 4점 문항이 있어 체감 난도는 높았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킬러 문항’은 지양하는 대신 ‘준킬러 문항’을 늘리면서 75%에 달하는 공통과목을 더 풀기 어렵게 만들었다는 분석도 이어졌다.

특히 현행 수능 점수 산정 체계는 공통과목 점수를 잘 받는 선택과목 집단이 최종 점수가 상대적으로 높게 나오는 구조다.

확률과통계를 주로 고르는 문과생보다 미적분을 고르는 이과생이 공통과목에서도 성적이 더 높을 가능성이 큰 만큼 두 선택과목 집단 간 격차는 커질 여지가 있다.

한 고교 교사는 “공통과목에서 점수가 벌어지면 선택과목 유불리를 지적하기는 힘들어진다”며 “공통과목 자체에서 점수가 벌어진 만큼 평가원은 이에 대한 비판은 일단 피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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