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쿨존 주정차 전면금지, 취지 좋지만… “장애학생 통학 어쩌나”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0월 27일 03시 00분


코멘트

자가용 이용하는 저학년-장애학생… 교문 앞 승하차 못해 부모들 고민
“등굣길 차량 붐비고 공사장 등 위험, 학교 먼 곳에서 아이 내려주기 불안
스쿨존 내 안심승하차존 더 늘려야”… 서울 초등교 안심존 설치 15% 그쳐
교육청 “경찰과 협의해 점차 확충”

25일 오전 서울 동작구의 한 초등학교 앞에 ‘어린이보호구역 내 주정차를 금지한다’는 안내판이 있지만 한 학부모가 차를 세우고 
아이를 등교시키고 있다. 학부모들은 “아이의 안전을 위해 교문 앞에 차를 세울 수밖에 없다”며 보완책을 요구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25일 오전 서울 동작구의 한 초등학교 앞에 ‘어린이보호구역 내 주정차를 금지한다’는 안내판이 있지만 한 학부모가 차를 세우고 아이를 등교시키고 있다. 학부모들은 “아이의 안전을 위해 교문 앞에 차를 세울 수밖에 없다”며 보완책을 요구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26일 오전 8시 30분경 서울 관악구 봉천동의 한 초등학교 앞. 2학년에 다니는 아들을 학교에 바래다주러 온 우모 씨(41)가 교문에서 40m쯤 떨어진 상가 건물 앞에 차를 세웠다. 조수석에서 내린 A 군이 혼자 정문으로 향하는 사이 교문 인근 마트에 물품을 납품하는 1t짜리 트럭이 A 군을 옆을 지나쳤다. 우 씨는 “아이가 아직 어려서 혼자 걸어서 들여보내기엔 너무 위험하다. 아침마다 학교 주변 상점가에 트럭들이 북적여 불안하다”고 했다.

○ “잘못인 거 알지만 아이 다치는 것보단…”
21일 개정 도로교통법 시행으로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내 모든 도로에서 차량 주정차가 전면 금지되자 아이들이 학교 앞에서 안전하게 승하차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달라는 학부모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학부모들은 “제도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교문에서 떨어진 곳에 차를 세우고 아이 혼자 걸어가도록 하기엔 위험 요소가 많아 스쿨존에서 정차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스쿨존 주정차 전면 금지는 주정차 차량으로 운전자의 시야가 가려지면서 어린이가 치이는 사고가 자주 발생한다는 지적에 따라 실시됐다. 위반 시 과태료는 일반 도로의 3배다.

취재팀이 26일 아침 서울 관악구의 한 초등학교 등굣길을 지켜본 결과 약 30분 동안 15명의 학부모가 교문 앞에 차를 정차한 뒤 아이들을 등교시켰다. 3학년 학부모 강모 씨(34)는 “학교 주변이 혼잡해서 차량에 아이가 가려지는 경우가 많다”며 “교문 앞에 차를 세우는 게 규정 위반인 건 알지만 아이가 다칠까 봐 불안해 차를 세울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날 오전 8시 50분경 구청 단속반이 학교 앞을 지나며 “주정차 금지 지역이다. 차 빼라”고 경고 방송을 하자 아이를 내려준 차량 3대가 급하게 자리를 떠났다.

서울 동작구의 한 초등학교 앞에서도 교문 인근 스쿨존에 학부모 차량 10여 대가 연이어 정차하는 상황이 목격됐다. 1학년 자녀를 통학시키는 박모 씨(42)는 “출근길에 아이를 데려다주는 거라 시간도 촉박하고, 아이 혼자 학교로 걸어가려면 주유소를 지나 6차선 도로를 건너야 한다”며 “아이가 정문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지 않으면 안심이 안 된다”고 했다.

장애를 가진 학생의 부모들은 어려움이 더 크다고 호소한다. 초등학교 2학년 아이를 키우는 신은상 씨(46)는 “학교 안으로 차가 들어갈 수도 없고 학교 앞에 주정차 공간도 없어서 불법 주정차를 할 수밖에 없다”며 “장애가 있는 아이는 혼자 통학하기 어려워 일대일로 데리고 나와야 하는데 답답하다”고 했다. 최춘미 서울 새롬학교 학부모회장은 “특수학교 아이들이 정차 후 하차하는 데까지는 넉넉잡아 5분은 걸린다”며 “학교 지하주차장은 비좁아 공간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 서울 ‘안심 승하차존’ 설치 15%에 그쳐
전문가들은 등하교 시간대에는 안전하게 승하차가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개정 도로교통법상 스쿨존에서 모든 주정차가 금지되지만 시도경찰청이 안전표시로 허용하는 ‘안심 승하차존’에서는 5분간 정차가 허용된다.

하지만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서울 시내 초등학교 607곳 중 안심 승하차존이 있는 곳은 15%인 94곳(18일 기준)에 불과하다. 한상진 서울대 환경계획학과 교수는 “다양한 등교 상황이 있을 수 있는 만큼 스쿨존 안에서도 여건에 따라 안심 승하차존이나 유사한 공간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안심 승하차존을 설치해 달라는 일선 학교들의 요청이 있어 수요를 파악하고 있다. 자치구 및 경찰과 협의해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찰청 관계자는 “차량으로 통학하지 않는 학부모들이 반대하는 경우도 있어 학교별 여건에 맞게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
송진호 인턴기자 중앙대 응용통계학과 4학년
#스쿨존 주정차#전면금지#장애학생 통학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