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8시부터 12시간동안 소음”…인테리어 공사 소음 분쟁 줄이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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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7월 20일 11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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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간소음, 이렇게 푼다] 사례 <6> 인테리어 공사

동아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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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바이러스19가 우리의 일상을 크게 바꾸어 놓았습니다. 재택 근무가 많아졌고 집에서 생활하는 시간도 늘었습니다.

이 때문에 층간 소음 갈등도 급증했습니다. 지속적인 갈등은 폭력과 심하게는 살인을 부르고 있습니다. 올해 4월 서울 마포구 한 아파트에서 평소 층간소음 문제로 불만을 품고 있던 김모(27)씨가 70대 노인을 무차별 폭행, 살인 미수 혐의로 잡혀 들어간 일도 있었습니다.

전반적으로 소비활동이 주춤해졌지만 이 와중에 활황인 업종이 있습니다. 그 중에 하나가 인테리어, 가구 업종입니다. 집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많다 보니 이 기회에 환경을 바꾸려는 분이 많아진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덩달아 늘어난 게 인테리어 공사로 인한 층간소음 민원입니다.

2015년 경북의 한 아파트에서 윗집의 인테리어 공사가 시끄럽다며 아랫집 여성이 가스총을 윗집에 발사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 여성은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80시간의 사회봉사 명령도 받았습니다.

가스총 발사는 분명 잘못된 일입니다. 하지만 ‘오죽했으면…’ ‘얼마나 화가 났으면…’ 이라는 마음이 들면서 일견 감정이입이 되는 게 층간소음 피해자들의 솔직한 마음일 것입니다.

어떻게 풀면 좋을지 알아보겠습니다.

※ 아래 내용은 실제 있었던 민원 내용입니다. 일부 내용은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생략했음을 알려드립니다. 앞으로도 층간 소음과 관련해 독자 여러분의 경험과 원만한 해법을 위한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메일(kkh@donga.com)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관련 전문가들과 함께 적절한 해법을 제시해보고자 합니다.


송민경 씨(가명) 씨는 위층에서 들려오는 인테리어 공사소음 때문에 지칠 대로 지쳤습니다. 벌써 며칠째 아침 8시만 되면 들려오는 소리. 그 소리는 저녁 8시까지 끊임없이 들려왔습니다. 송 씨는 참다못해 위층으로 올라갔습니다.

“도대체 언제까지 공사를 할 거예요? 공고문에는 어제까지라고 적혀 있던데요.”

현장 관리소장이 나와 고개를 숙였습니다.

“죄송합니다. 자재가 늦게 들어오는 바람에 공사가 지연되었습니다.”

그날 밤 위층 집주인이 송 씨를 찾아와 사과를 했습니다.

“미리 공지를 하지 못해 죄송해요. 3일 정도 공사를 더 해야 할 것 같아요. 양해해 주세요.”

다음날 공사를 3일 동안 연장한다는 공고문이 붙었습니다. 그러나 3일이 지나도 공사는 계속되었고 송 씨는 다시 위층으로 올라가 항의했습니다. 처음에는 죄송하다고 말했던 현장 소장은 송 씨가 수시로 방문해 항의하자 슬슬 피하기 시작했습니다. 공사 인부들도 “빨리 끝내라. 약속과 틀리지 않느냐”고 소리치는 그녀를 본 체 만 체 했습니다. 현장 소장을 통해 알아낸 집주인에게 전화를 하고 문자를 해도 아무런 답변이 없었습니다. 송 씨는 너무 화가 나고 억울했지만 인테리어 공사는 계속되었고 그렇게 일주일이 흘렀습니다.

인테리어 공사가 끝나고 윗집의 이사가 시작됐습니다. 저녁 늦게까지 계속되었고 다음날은 10명 넘는 사람들이 이 방 저 방을 오가며 큰 소음을 내었습니다. 요즘 유행한다는 정리업체 사람들이었습니다.

송 씨는 인테리어 때의 악몽과 위층의 무례한 행동에 화가 났습니다. 그래서 위층으로 올라가 집주인에게 거칠게 항의했지만 위층 남자는 짜증난다는 듯이 말했습니다.

“아줌마. 그것도 이해 못하세요? 인테리어 때도 그렇고 이사 때도 이렇게 자꾸 올라오셔서 항의하시면 어떡해요? 그럼 뭐 내 집 인테리어도 하지 말고 이사도 하지 말란 말이에요?”

송 씨는 적반하장으로 나오는 위집 남자의 태도에 화가 치밀고 무서웠습니다. 그러나 그보다 더 무서운 것은 다음날부터 시작된 위집 아이들의 층간소음이었습니다. 운동장이라도 온 것처럼 뛰어다니는 아이들의 발자국 소음은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인테리어 공사는 오후 8시면 되면 끝나 그나마 평온한 시간을 가졌지만 아이들이 내는 소음은 10시 넘어서도 계속되었습니다. 더구나 언제 소리가 날지 모르는 공포와 함께 막무가내 위층이 송 씨를 견딜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해결책이 보이지 않아 결국 그녀는 이사를 가게 되었습니다.
인테리어 공사로 시작된 이웃간의 분쟁은 공사 소음에서 시작되어 층간소음 문제로 확대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분쟁은 대부분 절차를 무시하고 이웃들을 배려하지 않아 생깁니다. 집을 예쁘고 깨끗하게 꾸미고 싶은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하지만 절차를 무시하거나 이웃들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은 삼가야 합니다. 저녁 늦게나 주말 혹은 공휴일에 공사하는 것은 피해야 합니다.

‘말 한 마디가 천 냥 빚을 갚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층간소음 갈등은 실제 일어나는 고통이지만 일정 부분 감정 문제이기도 합니다.

예전에는 인테리어 공사하기 전에 현장 소장과 집주인이 위 아래집을 방문해 사전에 양해를 구했습니다. 이웃간의 분쟁을 사전에 막기 위한 예비책이었지요. 요즘에는 이웃간 소통이 없어 이런 일도 드뭅니다.

인테리어 공사 층간소음이 민원이 끊이질 않자 요즘은 인테리어를 하기 전에 해당 동의 모든 주민에게 동의서와 사인을 받는 아파트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공동주택관리법에 따라 공동주택 내 공사는 입주자들로부터 일정 비율 동의를 얻도록 하는 것도 알고 있는 게 좋습니다.

아파트들의 이러한 자구책은 인테리어로 발생하는 소음 분쟁을 줄일 수 있는 좋은 시도라고 생각합니다.

인테리어 공사시 주의 사항
1.인테리어 공사를 진행하기 전에 아파트나 빌라 관리소를 통해 공사기관과 소음이 많이 발생하는 시간을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그 내용을 게시판에 붙이세요.

2.공사기간은 반드시 준수하세요. 공사기간을 초과할 경우에는 아래 위 5개 층 집에 양해를 구하세요. 공사담당자보다 집주인이 직접 하는 것이 좋습니다.

3.공사 시간은 아침 9시~오후 5시로 하세요.

4.공사가 끝난 후 아래 위 5개 층에 음료수나 과일 등 작은 선물을 준비해 감사 인사를 드리세요.

출처:‘당신은 아파트에 살면 안 된다’(2021년, 황소북스, 저자 차상곤)
※사례 분석 및 도움말= 차상곤 주거문화개선연구소 소장(현 중앙 공통주택관리분쟁조정위원회 위원. 서울시 층간소음갈등해결지원단 위원. 저서 ‘당신은 아파트에 살면 안된다’ ‘층간소음 예방 문화 프로젝트’ 등)


김광현기자 kk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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