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핵개발 막겠다는 트럼프의 결기
협상 이어 ‘힘을 통한 평화’ 앞세운 전쟁
결사항전 이란, 北 모델 따를지 분기점
북핵 해법의 키도 美에… 양국 균열 없어야
이정은 부국장
“그들은 핵개발 야욕을 철회할 모든 기회를 거부했고, 우리는 이를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 공격 개시를 발표하면서 이란의 핵개발 시도를 막기 위한 목적임을 강조했다. 8분짜리 영상에서 “그들은 절대로 핵을 갖지 못할 것”이라는 메시지는 조금씩 표현을 바꿔가며 반복한 것까지 모두 6차례 나왔다.
중동 정세를 뒤흔드는 미국의 ‘압도적 분노(Epic Fury)’ 작전이 이란의 핵무장 싹을 자르겠다는 군사적인 이유만은 아니다. 중동 내 반미세력 척결과 에너지 패권 강화, 국내적으로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의 반전 모색 등 정치·경제·외교적 요인들이 종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봐야 한다. 그렇더라도 명분이나마 핵개발 저지에 저토록 강한 결기를 표현한 것은 북한의 핵위협에 상시 노출돼 있는 우리로서는 부러울 지경이다.
국제법 위반 논란이 제기되는 미국의 이란 공격 근거에 앞뒤가 안 맞는 부분이 있기는 하다. 핵과 관련해선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한밤의 망치’ 작전 후 “이란의 핵 프로그램은 완전히 파괴됐다”고 단언했다. 불과 8개월 만에 핵 능력이 되살아난 게 아니라면 그때가 틀렸다. 이란의 포르도 핵시설은 지하에 너무 깊이 들어가 있어 당시 미국의 초대형 벙커버스터 12발을 맞고도 손상이 크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왔다. 겹겹이 보호막이 쳐져 있는 적성국의 핵시설을 파괴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보여주는 결과였다.
협상이라는 외교적 시도가 답을 준 것도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2013년 이란과 체결했던 핵합의(JCPOA)를 파기한 당사자다. 당시 미국 측 웬디 셔먼 협상 대표가 “이란인들의 DNA에는 속임수가 각인돼 있다”며 고개를 내저을 만큼 짙은 불신 속에서도 어렵게 이끌어냈던 합의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가 이걸 깨지 않았으면 이란은 3년 전에 벌써 핵보유국이 됐을 것”이라고 했지만, 결국 자신도 2기 취임 후 핵협상을 재개했다. 전문성이 떨어지는 자신의 사위를 협상 대표로 내세운 연쇄 회담은 진전을 보지 못한 채 공습 전 연막작전 아니었느냐는 의구심만 키웠다.
이제 안보 전문가들의 관심은 이란이 저렇게 두들겨 맞고도, 알리 하메네이를 비롯한 핵심 수뇌부를 잃고도 핵개발을 지속할 것인지에 쏠려 있다. 아직은 방향성을 확언하기 어렵다. 다만 “이제 여러분이 정부를 장악하라”는 미국의 촉구에도 이란 국민들은 쉽사리 움직이지 못하고 있고, 이란 군부는 복수를 다짐하며 보수 강경파 차기 지도자의 등극을 준비 중이다. 440kg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는 이란의 고농축우라늄이 전쟁통에 어디로 사라졌는지 아는 사람이 없다. 농축률이 60%까지 올라간 이 잠재적 핵무기 재료를 어딘가 더 깊숙한 곳으로 분산시켜 은닉했을 것이란 추정이 나온다. 이란도 결국 ‘핵이 있어야 공격당하지 않는다’는 각성만 강화한 채 북한의 핵개발 경로를 따라갈 가능성이 크다.
북한과 달리 핵확산금지조약(NPT) 체계 내에서 협상에 응해 온 이란은 아직 핵무기를 갖지 못했고, 우라늄 농축 등 기술적으로도 뒤처져 있다. 이런 격차에 더해 주목할 요인은 최악의 앙숙 국가인 이스라엘의 견제다. 미국의 이번 작전은 모사드의 정보력을 바탕으로 이란의 핵개발 저지에 사활을 걸고 있는 이스라엘과 손잡았기에 가능했다. 또 다른 변수는 ‘까불면 죽는다(FAFO)’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외정책 스타일이라고 본다. 막강한 군사력을 앞세워 ‘힘을 통한 평화’를 실력으로 보여주는 그는 “나는 국제법이 필요 없다”는 말도 서슴지 않는다. 1기 행정부 때 대이란 폭격 계획을 막판에 돌연 철회하던 때의 망설임도 이제 없어졌다.
그런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 문제에 관심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한국이 신중하게 이용해야 할 기회다. 4월 그의 방중과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백악관과 북한은 공개 메시지를 발신하며 탐색전을 벌이는 중이다. 북-미 협상이 재개될 수 있을지, 재개 시 어떤 합의를 끌어낼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다. 확실한 것은 어느 쪽이든 한국은 미국과 한 몸처럼 긴밀히 밀착해서 움직여야 한다는 점이다. 핵보유국 인정을 노리는 북한에 휘둘리지 않고 동결부터 시작하겠다는 정부의 목표대로 첫 단추를 끼울 수 있을지는 미국에 달렸다. 한미 핵협의그룹(NCG) 논의를 이어가며 북한의 핵위협에 대비하는 일도 서울과 워싱턴이 호흡을 맞춰야 진전이 가능하다. 동맹의 근간인 군사 분야에서 파열음을 낼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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