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은 ‘피해자 없는 범죄’?…내연녀 의심 유부남, 필로폰 취해 반인륜 범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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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5월 8일 08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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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건강과 일상에 해를 끼칠 순 있어도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는 게 마약 사범들의 항변이다. 그래서 그들은 마약을 ‘피해자 없는 범죄’로 부르기도 한다.

잘못된 인식이다. 30대 남성이 7년 전 마약 복용 후 심신미약 상태로 반인륜 범죄를 저지른 사건을 보면 마약이 타인에게 얼마나 큰 고통을 주는지 알 수 있다. 마약류 사건을 다루는 수사관들은 이 사건에 아직도 혀를 내두른다.

2013년 부산 해운대에 사는 A씨(당시 35)는 같은 지역에서 주점을 운영하는 B씨와 내연 관계였다.

유부남이었던 A씨는 아내가 내연 사실을 알게 되면서 B씨와 잠시 헤어졌으나 이듬해 다시 만났다. 아예 집을 뛰쳐나온 A씨는 B씨와 모텔을 전전하며 향정신성 의약품인 메스암페타민(필로폰)을 투약했다.

집을 나온 지 사흘째 되는 밤에도 A씨는 주사기를 들었다. 주사기에 필로폰을 담아 희석한 뒤 네 차례에 걸쳐 자신의 몸에 투약했다. 그 상태에서 B씨의 남자관계를 따지던 A씨는 결국 다음날 새벽 한바탕 다툼을 벌인다. 그 과정에서 감정이 격해진 A씨는 흉기를 가져왔고 이후 광경은 너무 반인륜적이라 차마 글로 다 옮길 수 없을 정도다.

피해자 B씨는 신체 일부가 훼손돼 그를 발견한 경찰조차 형상을 알아볼 수 없었다고 한다. 피해자가 16시간에 걸쳐 봉합과 재건 수술을 받고 의식을 극적으로 회복한 것이 그나마 다행일 정도였다.

A씨는 마약 범죄 관련 혐의로 이미 두 차례나 집행유예를 받은 적이 있다. 2011년에도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 위반과 상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1년에 집행유예를 받았다. 그런 그가 B씨를 상대로 살인미수 범행을 저지른 것은 집행유예 기간이 끝나고 100일이 조금 지났을 때였다.

치료감호소의 정신감정 결과 A씨는 반사회적 성향이 잠재돼있고 부정적 정서와 좌절을 견디는 능력도 떨어졌던 것으로 나타났다.

1심 재판부는 징역 30년을 선고하면서 “피고인의 범행 및 수법에서 상상을 넘을 정도의 극악함이 드러났다”며 “반인륜·반사회·반문화적 범행”으로 규정했다.

1심은 그러면서 “피고인의 법 적대성과 폭력성, 약물 중독성이 극단적으로 발현됐다”며 심신미약을 인정하더라도 감형 사유로 참작하는데 한계가 있다고까지 말했다.

살인의 고의를 인정한 것은 2심 재판부도 마찬가지였다. 2심은 그러나 “필로폰 과다투약으로 심신미약 상태에서 범행했고 살인미수 범죄를 미리 계획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20년으로 감형했다.

A씨가 피해자에게 3억원을 지급하고 후유 장애 치료비를 전액 부담하는 조건으로 합의한데다 피해자가 선처를 탄원한 점도 고려됐다고 하니 이 끔찍한 사건에서도 합의와 탄원이라는 단골손님이 감형의 사유로 동원된 셈이다.

대법원은 “살인의 고의에 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며 원심대로 징역 20년을 확정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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