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댈구 시간당 6000원” 10대 술·담배 심부름 하는 어른들

박태근 기자 입력 2021-03-09 15:13수정 2021-03-09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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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담배 ‘댈구’ 합니다. 시간당 6000원. 개당 1000원. 교통비만 받아요. 사기·변태 아님”

최근 소셜미디어(SNS)에 청소년을 타깃으로 올라오는 ‘댈구’ 글이다.

‘댈구’란 술·담배·성인용품 등을 구입할 수 없는 청소년을 대신해 일정 수수료를 받고 대리구매를 해주는 것의 줄임말이다.

청소년들 사이에선 이미 공공연하게 알려진 구매방식이다. 판매자들은 ‘물건 하나당 얼마’, ‘시간당 얼마’ 등의 조건을 붙여 대리구매를 해주고 돈을 챙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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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공정특별사법경찰단(특사경)은 지난해 5월부터 ‘댈구’ 행위를 한 판매자를 추적해 총 12명을 검거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9일 밝혔다.

김영수 특사경 단장은 이날 오전 경기도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SNS에서 댈구 관련 게시물이 버젓이 올라오고 각종 사회문제를 야기하고 있음을 인지해 수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경기도 제공)ⓒ뉴스1
이번에 적발된 사례를 보면 판매자 A 씨는 지난해 8월부터 올해 1월말까지 팔로워 1698명을 확보, 여중생 등 청소년에게 360여 회에 걸쳐 담배 등 유해약물을 제공하다 붙잡혔다. A 씨는 이미 댈구 행위로 형사 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음에도, 또 트위터 계정을 만들어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

또 다른 판매자 B 씨는 본인 상반신 노출사진을 트위터에 올리고 성인용품까지 제공했다. 그는 대리구매를 통해 알게 된 여고생에게 지속적으로 연락을 취하는 등 또 다른 범죄의 가능성이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판매자 C 씨 역시 술·담배 뿐 아니라 자위기구 등 성인용품까지 대리구매 품목에 포함해 청소년에게 제공했다.

판매자 D 씨는 ‘부모에게 들키지 않는 택배 수령법’을 안내하거나, 수수료 할인행사를 여는 등 한번 구매한 청소년이 지속적으로 재구입하도록 유인했다. 그는 지난해 7월부터 10월까지 350회에 걸쳐 술·담배를 청소년에게 제공했다.

습득한 성인 신분증이나 부모 신분증으로 대리구매 행위를 한 청소년 판매자도 있었다.

만 16세인 판매자 E 양은 코로나19로 등교하지 않는 날이 길어지자 유흥비를 마련할 목적으로 습득한 성인 신분증을 이용해 술, 담배를 구입한 후 같은 청소년에게 200여 회에 걸쳐 수수료를 받고 술·담배를 제공했다.

또 다른 청소년인 F 양(15)은 부모 명의를 도용해 전자담배 판매 사이트에서 전자담배를 구매한 뒤 이를 되파는 수법으로 100여 차례에 걸쳐 대리구매 행위를 하다 적발됐다.

청소년에게 유해약물을 대리 구매해 제공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김 단장은 “‘댈구’는 트위터,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등 SNS를 통해서 은밀히 거래되기 때문에 단속이 쉽지 않다”면서 “구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 등 2차 범죄 노출 위험이 높아 무관용 원칙으로 엄중하게 수사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경고했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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