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기후환경회의 “석탄발전 없애는 과정, 원전 보완적 활용”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1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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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5년까지 탈석탄 완료, 원자력-천연가스 활용 필요
원전정책 고정불변이라면 不可”
文정부 기조와 다른 의견 내놔
전기료-경유세 인상안도 제시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한 국가기후환경회의’가 탄소 중립 실현을 위해 원자력발전 활용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현 정부가 추진 중인 탈석탄과 탈원전의 양립이 어렵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가 사실상 정부 정책에 반대되는 의견을 내놓은 것이다.

국가기후환경회의는 23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장기 국민정책제안’을 공개했다. 지난해 미세먼지 감축을 위해 ‘미세먼지 계절관리제’와 같은 단기 대책을 내놓은 데 이어, 이번에는 기후위기를 근본적으로 극복하기 위한 중장기 안을 제시한 것이다. 반기문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사진)은 “지난해 미세먼지 계절관리제가 시행되면서 많은 감축이 있었지만 우리나라 초미세먼지 문제는 응급환자가 중환자실에 있다가 일반병실에 옮긴 수준”이라며 “과감한 체질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가기후환경회의는 2019년 기준 전체 발전량의 40.4%를 차지하는 석탄발전을 2045년까지 0%로 만들도록 권고했다. 그리고 석탄 발전을 줄이는 과정에서 정부가 재생에너지 중심의 전원믹스(電源 mix)를 구성하되 원자력과 천연가스를 보완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안병옥 국가기후환경회의 운영위원장은 “탈석탄을 하면 석탄발전소에서 공급하던 전력을 다른 곳에서 공급해야 하는데 시기별로 에너지원의 발전 단가와 사회적 수용성 등 여러 가지를 검토해야 한다”며 “원전과 관련된 정부 정책이 있지만 이를 고정불변의 것으로 놓고 2050년 탄소중립을 얘기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안 위원장은 그러면서 “원전도 다양한 대안 중 하나로서 검토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입장은 현재 전체 전력의 30%를 담당하는 원전 비중을 2030년까지 18%로 낮추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공약과 배치된다. 다만 안 위원장은 “(미래에는) 그린수소, 탄소포집저장활용기술(CCUS) 등 우리가 활용할 수 있는 대체에너지가 다양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국가기후환경회의는 또 미세먼지를 줄이고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중장기 정책 제안도 내놓았다. 먼저 2030년까지 전기요금에 전기 생산 과정에서 나오는 대기오염물질 등으로 인한 ‘환경비용’을 50% 이상 반영하자는 구체적 요금안을 제시했다. 50%를 반영하면 월 전기요금이 5만 원인 가구는 매년 월 770원씩 오른 전기요금을 부담해야 한다. 2030년에는 월 7700원이 인상되는 것이다.

국가기후환경회의는 경유세 인상을 통해 3∼5년 내 경유 가격을 휘발유의 95%까지 올리는 안도 제시했다. 이는 2018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수준으로, 우리나라는 2018년 기준 88% 수준이다. 2035년 이후 신차 판매 시장에서 전기자동차, 수소차,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하이브리드차와 전기차의 중간 단계 차) 같은 ‘친환경차’만 판매하도록 하자는 안도 제시했다. 단 친환경차의 범위를 전기차나 수소차 같은 ‘무공해차’로만 한정한다면 가솔린차나 경유차 등의 판매 중지 시점을 2040년으로 미루는 게 합리적이라는 입장이다.

국가기후환경회의는 이번 주 정부에 정책 제안을 전달할 방침이다. 안 위원장은 “늦어도 내년에는 정부가 정책 제안을 반영해 구체적 대안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국가기후환경회의#원전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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