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호, 정관계 거론하며 ‘돈 많이 유치할것’ 말해”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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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옵티머스 로비 의혹]관계사 투자자 “2018년 대화 나눠”
“이헌재와 둘도 없는 친구 언급도”

“제가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76)와 둘도 없는 친구입니다.”

2018년 3월 무렵 코스닥 상장사 해덕파워웨이의 투자자인 A 씨와 만난 자리에서 양호 전 나라은행장(77)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양 전 행장은 대규모 펀드 환매 사태가 벌어진 옵티머스자산운용에서 고문을 했는데, 경영에 주도적으로 관여하고 금융당국에 로비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전 부총리 역시 옵티머스에서 고문을 지냈다. 둘은 경기고 동문이다.

이 무렵 처음 A 씨를 만난 양 전 행장은 이 전 부총리 외에도 다른 정관계 인사들도 거론하며 “옵티머스에 돈을 많이 유치할 거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A 씨는 양 전 행장이 이 전 부총리 외에 언급한 다른 인사들의 실명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옵티머스는 2018년 3월 주주총회를 통해 이혁진 옵티머스 전 대표(53·기소 중지)에서 김재현 옵티머스 대표(50·수감 중)로 경영권이 넘어갔다. 이 시기를 전후해 옵티머스의 펀드 설정액은 양 전 행장의 말처럼 급성장했다. 옵티머스 펀드 설정액은 2017년 말 825억 원에서 2018년 말 2284억 원으로 3배 가까이로 증가했다. 2019년 말에는 4198억 원으로 다시 2배 가까이로 늘었다.

양 전 행장은 옵티머스 사태가 불거진 후 언론 인터뷰에서 “옵티머스의 경영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하지만 12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2017년 11월 양 전 행장이 김 대표와 통화하면서 “잘됐다. 이 전 부총리를 내가 만나기로 했거든. (그런데) 괜히 부탁할 필요가 없겠다. 사정 봐 가면서 하면 되겠다”라고 말한 녹취록이 공개됐다.

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
#옵티머스 로비 의혹#양호#이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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