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옵티머스-금감원 유착의혹부터 수사… 정관계로 확대할 듯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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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옵티머스 로비 의혹]금감원 前국장 압수수색

“금융감독원 전직 국장에서 끝날 수사가 아니다.”

검찰이 13일 옵티머스자산운용(옵티머스) 측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알선수재)로 금융감독원 윤모 전 국장(61)의 자택을 압수수색하자 한 검찰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2018년 3, 4월 금감원의 국장급 간부였던 윤 전 국장은 옵티머스 측에 펀드 수탁사인 하나은행 관계자 등 금융권 인사 3, 4명을 소개해 줬고, 그 뒤 옵티머스는 불법 펀드를 판매했다. 검찰은 금감원이 각종 펀드를 부실 심사하고, 승인한 뒤 판매 부실 의혹을 제대로 감독하지 않은 배후에 윤 전 국장 이상의 고위 간부가 더 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사건 배당과 진술 조서 누락 등 부실 수사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검찰이 금융권을 시작으로 정관계 옵티머스 비호 세력의 존재 유무로 수사 범위를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옵티머스와 여권 최고위급 인사의 유착설까지 나도는 등 로비 수사의 파장은 현재로선 가늠하기 어렵다.

○ 옵티머스와 금융권 인사의 유착 여부 수사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의 옵티머스 로비 의혹 수사는 1차적으로 펀드 운영 과정을 둘러싼 금감원의 감독 기능이 제대로 작동했는지를 가려내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알려졌다. 특별수사 경험이 풍부한 검찰 관계자는 “옵티머스 사태의 본질은 ‘펀드 사기’인 만큼 ‘보이지 않는 힘’이 감독 기능을 무력화한 것은 아닌지 확인하는 건 당연한 수순”이라고 했다. 검찰은 옵티머스 김재현 대표(50·수감 중)로부터 윤 전 국장에게 2000만 원을 건넸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당시 퇴직 예정이던 윤 전 국장은 한직인 금융교육국에 근무 중이어서 검찰은 김 대표가 윤 전 국장 외에 옵티머스 관련 민원을 청탁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펀드 환매 중단 직전 금감원 조사 범위를 최소화하고, 금감원과 딜을 해야 한다는 취지의 문건도 검찰이 확보했다.

이에 따라 로비 수사는 김 대표가 검찰 수사를 앞두고 작성한 내부 문건의 진위를 우선 따지면서 옵티머스 고문인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양호 전 나라은행장 등 고위급 전관(前官)들이 금융당국에 어떤 영향력을 행사했는지로 이어질 수 있다. 양 고문이 “다음 주에 금감원에 가는데 거기서 ‘VIP 대접’ 해준다고 차번호를 알려 달라고 해서…”라고 발언하는 녹취파일이 이미 국회 등에서 공개됐다.

옵티머스 수탁사인 하나은행과 예탁결제원, 판매사 NH투자증권 등의 유착 여부도 검찰의 수사 대상이다. 연임 문제를 비롯해 정치적 외풍에 취약한 국내 금융계의 은행장 등 최고위급 인사들이 정치권과 유착하면서 불법 행위를 방임하거나 적극적으로 도왔을 가능성도 수사팀은 배제하지 않고 있다. 검찰은 옵티머스 수탁, 판매사 등의 임원진을 곧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전현직 경제관료, 금융권 최고위층 인사들이 검찰 조사를 받을 가능성도 있다.

○ 여권 내 비호 세력 유무도 추적

펀드 운용의 불법성을 청와대가 인지했는지도 확인 대상이다. 옵티머스 사내이사 윤모 변호사(수감 중)의 부인으로 지난해 10월부터 올 6월까지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으로 근무한 이모 전 행정관도 앞서 한 차례 검찰 조사를 받았다. 이때 검찰은 이 전 행정관의 펀드 사기 관여도는 높지 않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이 전 행정관이 청와대에 입성한 뒤 윤 변호사의 월급이 3배로 뛰어오르는 등 구체적 관여 여부를 추가 확인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는 옵티머스가 무자본 인수합병했다는 의혹을 받는 해덕파워웨이의 사외이사로 근무했고, 금감원 조사를 앞두고 옵티머스 사무실에 모습을 보였다는 진술도 확보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민정라인의 정보가 외부로 유출된 건 아닌지도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뜻밖의 인물이 수사 선상에 오르는 이른바 ‘불의타(不意打·예상치 못한 문제)’를 맞는 공직자들이 등장할 수 있다. 사건의 핵심 관계자는 “옵티머스 측 로비스트들이 지연과 학연으로 연결된 인맥으로 관리하면서 정보를 수집하고 로비를 했다”고 말했다. 앞서 라임자산운용 사태에서 구속 기소된 금융감독원 출신 김모 전 청와대 행정관도 조직 내 엘리트 코스를 밟았지만 검찰 수사 과정에서 갑자기 등장해 구속 수감됐다.

○ 로비스트 등 핵심 인사 잠적

검찰 로비 수사의 최정점에선 여권 최고위층 인사들과 옵티머스 간 유착 여부가 규명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옵티머스의 김 대표가 여권 대선주자급 인사 측에 대한 로비 단서에 대해 비교적 구체적인 진술을 했는데, 검찰 조서에 축소 기재됐다는 말이 계속 나오고 있다. 또 미국에 체류 중인 이혁진 전 옵티머스 대표(기소 중지)가 여권 인사와의 친분을 내세워 설립 과정에서 금융당국 등의 특혜를 받은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 바 있다.

다만 ‘수사 뭉개기’ 논란 속에 쫓기듯 로비 수사에 착수한 검찰이 얼마나 제대로 ‘내실 있는’ 수사를 해낼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로비 의혹을 규명할 핵심 인물로 지목된 정영제 전 옵티머스대체투자 대표는 이미 잠적했다. “검사를 10명 늘린다고 숨은 정영제가 돌아오느냐”는 회의론도 적지 않다.

장관석 jks@donga.com·위은지 기자
#옵티머스 로비 의혹#금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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