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월성원전 1호기’ 결론 난항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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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위원들, 경제성 평가 의견대립
세번째 심사에서도 결론 못내려… 15일 국감이전 의결 이뤄질지 주목
野 “탈원전 때문에 한수원 재무악화”
한수원 “조기폐쇄, 정치판단 아니다”


감사원이 12일 감사위원회를 열어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 조기 폐쇄 결정의 적절성 여부를 담은 감사 보고서 심사를 이어갔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7일과 8일에 이은 세 번째 심사에서도 감사위원들 간 의견이 대립하면서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의 상징이 된 월성 원전 1호기 감사를 두고 최재형 감사원장과 청와대 및 여당이 갈등을 빚는 가운데 최종 결론이 어떻게 나오든 큰 후폭풍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감사원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최 원장과 5명의 감사위원이 참석한 가운데 감사 보고서 의결을 위한 심의를 진행했지만 결론에 이르지 못한 채 13일 회의를 속개하기로 했다. 일각에서는 15일 감사원을 대상으로 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가 예정돼 있는 만큼 이에 앞서 의결 절차가 마무리될 것으로 보고 있다.

감사원 안팎에선 감사 결과에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결정으로 이어진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의 경제성 평가에 일부 문제가 있다는 결과가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 감사위원들은 한수원의 경제성 평가 기준 등을 놓고 이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수원은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 당시 원자력판매단가가 2018년 1kWh(킬로와트시)당 59.26원에서 2019년 52.67원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측했지만 실제 지난해 원자력판매단가는 kWh당 58.31원으로 예상보다 5.64원 높았다.


감사원이 월성 1호기 경제성이 저평가됐다는 결론을 내릴 경우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1983년부터 가동된 월성 1호기는 2012년 11월 운영 허가 종료 후 정부가 5925억 원을 들여 노후 설비를 교체한 뒤 2022년까지 10년간 연장 운전을 승인했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원전을 조기 폐쇄하기로 하면서 2018년 6월 조기 폐쇄가 결정됐다.

특히 감사원이 이번 감사에서 판매단가 조작으로 결론을 낼 경우 한수원 이사진은 배임 등의 혐의를 적용받을 수 있다. 또 한수원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가 월성 1호기 경제성 지표를 왜곡하는 데 관여했다면 직권남용 등의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다만 일각에선 감사원이 경제성 저평가에 대해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사안의 민감성을 고려해 원론적인 결과만 발표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날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감에서는 월성 1호기 조기 폐쇄에 대한 야당의 지적이 이어졌다. 국민의힘 허은아 의원은 “한수원의 재무 악화는 탈원전 정책 때문으로밖에 볼 수 없는 통계지표가 있다. 한수원 사장이 경영을 포기하고 정권의 주구(走狗·끄나풀)가 됐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변재일 의원은 “도저히 정상적 사람들이 쓸 수 없는 단어”라며 “주구는 상당히 모욕적 발언이다. 북한 애들이나 쓰는 말”이라고 비판했다. 정재훈 한수원 사장은 “2018년에 청와대에 월성 1호기 경제성과 관련해 전혀 (언급한 적이) 없었다”며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는) 정치적 판단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박효목 tree624@donga.com / 세종=구특교 / 최혜령 기자
#감사원#월성원전 1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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