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대-경남과기대 자율통합 물건너가나

  • 동아일보

“1대1 통합 아닌 흡수통합 추진”
과기대 대학평의원회 기자회견
내년 3월 통합대 출범 앞두고 삐걱

김성호 경남과학기술대 대학평의원회 의장이 최근 진주시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경상대와 통합에는 찬성하지만 흡수통합이 아니라 과기대와 대등한 지위에서 진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경남과기대 대학평의원회 제공
김성호 경남과학기술대 대학평의원회 의장이 최근 진주시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경상대와 통합에는 찬성하지만 흡수통합이 아니라 과기대와 대등한 지위에서 진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경남과기대 대학평의원회 제공
경남의 거점 국립대인 경상대(총장 권순기)와 110년 전통의 국립 경남과학기술대(총장 김남경) 등 진주에 위치한 2개 국립대 자율통합에 적신호가 켜졌다. 두 대학은 내년 3월 통합대 출범, 2022년 신입생 모집이 목표였다. 순항하던 두 대학이 삐걱거리기 시작한 것은 통합 형태에 대한 이견이 불거진 지난달부터다.

경남과기대 대학평의원회(의장 김성호 교수)는 최근 진주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두 대학 총장은 그동안 견지했던 1 대 1 통합 원칙과 달리 경남과기대가 경상대에 흡수 통합되는 내용의 ‘대학통합세부협약서’를 7월 14일 교육부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대학평의원회는 대학발전과 교육에 관한 사항을 심의하는 법정기구다.

과기대 평의원회 주장처럼 흡수 통합 형태로 진행을 하면 교육부 고시(국립대 통폐합 기준)에 따라 ‘통합대(경상대)’ 총장이 통합대 총장이 되고, ‘통합되는 대학(경남과기대)’의 장(長)을 부총장으로 임명하게 된다. 과기대 평의원회는 “경상대 총장은 통합 이후에도 자신의 임기를 보장받을 목적으로 통합 형태를 변경했고, 과기대 총장은 통합을 성사시켜 자신의 치적으로 삼기 위해 통합 형태를 바꿨다”고 지적했다. 앞서 한 차례 총장을 지낸 경상대 권 총장은 6월 7일 4년 임기를 시작했다. 과기대 김 총장은 내년 3월 5일 임기가 끝난다.

평의원회는 “두 대학 구성원들은 대등한 지위에서 통합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고, 이상경 경상대 전임 총장 당시인 5월 1일 교육부에 제출한 통합세부계획서도 그런 취지를 담고 있었다”며 “두 총장이 공식절차, 구성원 의견수렴을 배제하고 세부계획서를 낸 것은 절차상의 명백한 하자”라고 말했다.

김 의장은 과기대 김 총장에게 “내년 신임총장 선출 이후 구체적 논의가 진행되도록 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래야 경남과기대 구성원의 상실감을 막고 통합에 따른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 평의원회는 두 대학을 모두 폐지하고 아예 새로운 대학을 설립하는 형태로 통합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다. 이럴 경우 교육부 장관 제청으로 대통령이 통합대 총장을 임용한다. 김 의장은 “두 총장이 우리 요구를 거부하면 법적 조치를 포함해 강력하게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남과기대 측은 “7월 14일 교육부에 제출한 세부협약서는 통합대 명칭을 ‘경상국립대’로 하고, ‘국립대 통폐합 기준에 따라 통합한다’는 내용뿐이다. 제출 전 교무위원회에 보고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9월 중 대학구성원을 상대로 의견수렴을 거쳐 최종적인 통합 형태를 결정하겠다”고 덧붙였다. 경상대 측은 “(전임 총장시절인) 지난해 12월 10일 만든 대학통합 합의서에 흡수, 폐지, 1 대 1 등의 표현은 없었다. 국립대는 교육부의 통폐합 기준을 따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한편 경남과기대 총학생회와 총동창회도 “흡수 통합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교육부에 이의를 제기하거나 시민을 상대로 선전전을 진행 중이다. 경남과기대는 1910년 개교한 이후 진주농고, 진주농전, 진주산업대, 경남과기대로 교명을 바꿨다. 재학생은 7000명. 경상대는 1948년 진주농대로 출발해 1972년 경상대로 교명을 바꿨고 교원 1900명에 재학생 2만 명인 경남 최대 대학이다. 모두 농업계열로 출발한 공통점이 있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국립대 자율통합#경상대#경남과학기술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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