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피플 in 뉴스]자업자득이 된 일본의 수출규제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7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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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와 기업은 물론이고 국가 차원에서도 분업은 서로에 이득을 가져다줍니다. 영국 경제학자 데이비드 리카도(1772∼1823·사진)의 비교우위론에 따르면 어떤 나라가 모든 재화에 있어서 상대국에 절대 우위에 있더라도 비교 우위에 있는 상품을 특화하여 교환하는 것이 서로 이득입니다.

우리가 다른 나라에서 상품을 수입하는 것은 그것을 만들 수 없어서라기보다는 수입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가령 한국이 불화수소(에칭가스) 1단위 생산에 1만 원이 들고 일본은 7000원이 든다고 가정합시다. 또한 반도체 1단위 생산에 한국은 6000원, 일본은 1만 원이 든다고 합시다. 이 경우 한국은 반도체에, 일본은 불화수소에 비교 우위가 있다고 말합니다. 두 재화를 각국이 따로 생산한다면 한국은 1만6000원, 일본은 1만7000원이 듭니다. 만약 두 나라가 각각 반도체와 불화수소를 특화하여 2단위 생산한 다음 서로 교환하면 한국은 1만2000원으로 두 상품을 얻게 되어 4000원의 이득이 생기고, 일본은 1만4000원으로 두 상품을 얻게 되어 3000원의 이익을 보게 됩니다.

이것이 국제 분업과 교역을 하는 이유입니다. 지난해 7월 1일 일본은 우리나라를 겨냥해 수출규제를 발표했습니다. 국제 분업의 원리를 거슬렀을 뿐만 아니라 우리 기간산업의 존망을 위협하는 악의적 조치였습니다.

일본이 보복 카드로 쓴 규제 품목은 고순도 불화수소, 포토레지스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등입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생산에 쓰이는 핵심 소재들입니다. 일본은 이들 필수 소재의 공급을 차단하면 한국이 백기를 들 것으로 판단한 모양입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났습니다. 우리 국민들은 일본의 부당한 조치에 일본 제품 불매운동으로 맞섰습니다. 자국 산업 보호를 명분으로 한 수입규제도 아니고 타국 산업을 망하게 할 목적으로 하는 수출규제를 했으니 우리 국민들의 분노는 당연했습니다. 국내 업체들은 절치부심 끝에 일본산을 대체할 제품을 개발해냈습니다. 수입처 다변화에도 성공했습니다. 3대 규제 품목의 대일(對日) 의존도는 크게 낮아졌습니다.

휘어지는 디스플레이에 쓰이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는 지난해 코오롱이 양산에 들어갔고, 솔브레인 등 국내 기업들이 액체 불화수소 대규모 생산에 성공한 데 이어 최근에는 SK머티리얼즈가 초고순도 불화수소(99.999%) 국산화 성공 소식을 알렸습니다.

반도체 공정에 쓰이는 초고순도 불화수소는 해외 의존도가 100%에 달하고 기술 격차가 커 국산화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됐던 품목입니다. 반도체 기판 제작에 쓰는 감광액인 포토레지스트는 수입처가 다변화돼 벨기에와 독일 등에서도 들어오고 있습니다. 초미세 공정에 사용하는 극자외선용 포토레지스트는 미국 듀폰사 공장을 충남 천안에 유치해 공급망을 확보했습니다.

관련 업체들의 주가가 크게 올라 시가 총액이 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우리 기업이 타격을 입을 것이란 우려와 달리 일본 기업들이 심각한 타격을 입었습니다. 칼로 찌른 자가 내상을 입었으니 자업자득이겠지요.

국제 교역 질서를 역행한 일본 정부의 악의적 조치에 한국은 굴하지 않고 당당히 맞섰습니다.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면서 소재, 부품, 장비 산업의 자립화를 진척시켰습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습니다.

박인호 용인한국외대부고 교사
#일본 수출규제#데이비드 리카도#반도체#국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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