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러-UAE 일제히 “원유 증산”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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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산]코로나發 유가폭락속 치킨게임
추가 하락 유도, 美셰일업계 견제
불확실성에 美증시 또 급락 출발

세계 주요 산유국들이 ‘증산 전쟁’에 돌입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탓에 국제 유가가 폭락했지만 감산을 통한 가격 지지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탓이다. 이번 기회에 유가 추가 하락을 유도함으로써 미국의 셰일오일 산업을 흔들어 글로벌 원유 시장의 판을 바꾸겠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석유사 아람코는 11일(이하 현지 시간) 공시를 통해 “산유 능력을 기존 일일 1200만 배럴에서 1300만 배럴까지 늘리라는 에너지부 지시를 받았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사우디가 전략비축유까지 동원하는 초강수를 둘 것으로 보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3위 산유국인 아랍에미리트(UAE)도 가세했다. 국영석유사 ADNOC는 이날 “일일 산유량을 기존 300만 배럴에서 400만 배럴까지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앞서 6일 OPEC은 러시아 등 10개 주요 비(非)OPEC 산유국과 감산을 논의했지만 러시아의 반대로 합의에 실패했다. 러시아는 일일 산유량을 최대 50만 배럴까지 늘릴 것으로 보인다.

산유국들의 치킨게임은 그동안 원유 시장을 흔들었던 셰일오일 업계에 충격을 주고 있다. 미국 셰일 기업인 옥시덴털페트롤리엄은 1991년 걸프전 이후 약 30년 만에 처음으로 주주 배당금을 삭감하겠다고 발표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 에너지기업이 발행한 채권 중 약 12%가 미국 국채보다 10%포인트 높은 금리로 유통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들 기업이 발행한 채권들이 디폴트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 경우 셰일 업계의 피해가 은행 등으로 넘어가 금융시장 전반의 리스크 확대로 이어진다. 9일 글로벌 증시의 폭락도 유가 폭락에 기인했다.

유가 하락 압력과 경기 부양책의 불확실성으로 11일 미국 증시는 큰 폭 하락한 채 출발했다. 이날 오전 11시 현재 다우지수는 24,089.67로 전날보다 3.71% 떨어졌다. 다우지수는 이틀 전인 9일 국제 유가 폭락 여파로 7.79% 급락한 뒤 다음 날 4.89% 올라 낙폭을 일부 만회했지만 하루 만에 다시 상승분을 반납하는 분위기다. 외신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경기 부양책을 공개하겠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내용이 나오지 않은 데다 의회의 동의 절차 등을 감안하면 불확실성이 여전하다고 전했다.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유가 폭락#코로나19#러시아#사우디아라비아#원유 증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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