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수 있는 일이 없으니까요. 돈은 돈대로 나가는데 연금이 있나, 이 나이에 취직을 하겠나.”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특보가 내려진 6일 오전 7시. 대구 중구 북성공구골목 인근 도로에서 만난 김예분(가명·78·여)씨는 연신 허리를 두드리며 말했다.
김씨가 끌던 손수레에는 박스와 종이가 어른 키높이보다 높게 쌓여 있었다. 그는 매일 아침 간단히 식사를 한 후 동이 틀 무렵 거리로 나온다.
김씨는 “다른 노인들이나 구청 작업자들이 고물을 가져가기 전에 빨리 나서야 한다”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노인들이 재활용품을 팔기 위해 고물상을 찾는 시간은 낮과 새벽, 평일과 주말을 가리지 않는다. 중구의 한 고물상 업주는 “많이 오는 분은 하루에도 3~4번씩 가게를 찾는다”며 “이렇게 날이 더운데도 해가 중천에 떠 있을 때 수레를 끌고 오는 어르신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달서구 상인동의 주택가에서 만난 박모(70)씨는 1년째 아침마다 폐지를 수집하고 있다. 그는 몸에 쌓인 피로만큼이나 사람들의 시선이 신경 쓰인다고 했다.
박씨는 “나이가 드니 아파트 경비원 일자리도 구하기가 어렵고, 자녀들의 용돈이나 연금으로 아내와 생활하기는 빠듯하다”며 “남 보기가 부끄러워 더운 여름에도 얼굴을 다 덮는 마스크를 쓰고 나온다”며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았다.
대구시에 따르면 지역에서 김씨처럼 재활용품을 수거하는 만 65세 이상 노인의 수는 지난달 기준 1752명으로 추정된다. 이 중 85세 이상 노인도 220명에 달한다.
구·군별로는 달서구가 413명으로 가장 많고 동구 346명, 남구 272명, 북구 220명 등이 그 뒤를 잇는다.
이 같은 노인들의 고물 수집은 일자리 부족 등으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우리나라의 노인 빈곤율은 2015년 기준 45.7%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가장 높다.
지역 내 재활용품 수집 노인 중 기초생계급여 수급자와 차상위 계층도 40%가 넘는다. 설상가상 고물 가격마저 내려 노인들의 상황은 더욱 어렵다. 고물상의 폐지 매입 가격은 1㎏당 50원, 고철은 200원이다. 노인들이 종일 재활용품을 주워도 손에 쥐는 돈은 하루에 3000~4000원에 불과하다.
대구시는 노인들의 열악한 작업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2017년부터 이들의 신발이나 손수레에 반사지를 부착하는 교통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겨울에는 재난구호기금으로 폐지 수집 노인 중 취약계층 900여명에게 방한용품을 지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시책이 비정기적이고 일시적으로 진행돼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구시 관계자는 “재활용품 수집 노인이 전부 취약계층은 아니기 때문에 관련 예산을 따로 편성하지 않았다”며 “주로 새벽에 작업을 하기 때문에 온열 질환 관련 대책도 없는 상태”고 밝혔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