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게잡이 40년 만에 올해 같은 흉년은 처음이에요”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5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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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봄 꽃게 수확량 사상 최악, 작년의 20∼30% 수준으로 급감
“기름값도 못 건진다” 어민들 울상

인천 옹진군 연평도 꽃게잡이 어민들이 그물을 끌어 올리지만 꽃게는 별반 보이지 않는다. 어민들은 “올봄 빈 그물을 끌어 올리는 날이 많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인천 옹진군 제공
인천 옹진군 연평도 꽃게잡이 어민들이 그물을 끌어 올리지만 꽃게는 별반 보이지 않는다. 어민들은 “올봄 빈 그물을 끌어 올리는 날이 많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인천 옹진군 제공
“40여 년간 꽃게를 잡았지만 올해 같은 흉년은 처음이에요. 빚에 허덕여 올가을 꽃게잡이를 포기하는 어민들이 꽤 나올 것 같습니다.”

인천 옹진군 연평도 205 유성호(10t급) 닻자망(물속에 옆으로 쳐놓는 그물인 자망을 닻으로 고정시키는 방식) 어선 선주 박정재 씨(60)는 26일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그는 꽃게잡이 어선 한 척에 직원 6명을 고용하고 있다. 직원 월급만 한 달에 3000만∼4000만 원인데 올봄 꽃게 어획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의 20∼30% 수준이다. 지난해 하루 100kg을 잡았다면 올해는 20∼30kg밖에 잡지 못하고 있다. 최악의 어획량이다. 인천시는 인천 연안 꽃게잡이 어획고가 지난해 4월 504t이었지만 지난달 202t으로 60% 가까이 줄어들었다고 집계했다.

연평도 어민들에 따르면 한 사리(15일) 조업을 나가면 13일은 허탕치고 이틀만 꽃게가 잡힌다. 박 씨는 “수협 같은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아 선원 급여를 선불로 챙겨주고 어망을 비롯한 각종 어구를 대거 구입했는데 꽃게는 잡히지 않아 최악의 적자를 내고 있다”며 “나뿐 아니라 다른 선주들도 비슷한 상황이어서 연평도 경제에 타격이 심하다”고 말했다.

올봄 인천 앞바다 주요 어장에서 꽃게가 잡히지 않으면서 어민들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꽃게를 맛보려는 소비자들은 천정부지로 치솟은 가격에 놀라 지갑을 열지 않고 있다.

지난달 인천 연안부두 인천수협과 옹진수협 꽃게 경매가는 1kg에 6만 원이 넘었다. 초유의 가격이다. 소매가도 지난주 한때 kg당 6만8000원까지 오르는 등 ‘금(金)게’가 됐다. 꽃게 1kg은 작은 꽃게 4마리, 큰 꽃게 3마리 정도다. 지난해에는 kg당 소매가가 4만5000원 안팎에서 형성됐다.

꽃게 흉년으로 인천 연안부두의 수산업계도 술렁이고 있다.

서울 등지의 대형 식당에 꽃게를 납품하고 있는 H수산 관계자는 “아카시아 꽃이 필 때 꽃게가 가장 많이 잡혀야 하는데 꽃게가 너무 귀해 상반기 매출이 크게 줄었다. 죽지 못해 살고 있다”며 “간장게장, 꽃게탕 집에도 납품하는데 제때 공급을 못 해 이들 식당의 간장게장 값도 덩달아 뛰고 있다”고 말했다. 연안부두를 찾는 외지인 발길도 줄어들었다. 인천연안여객터미널 인근 식당과 노래방, 호프집 등의 매출은 지난해의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

서해수산연구소는 올해 인천 앞바다 수온이 꽃게잡이 적정 온도인 섭씨 14, 15도보다 1, 2도 낮아 활동이 위축된 꽃게가 바다 바닥에 주로 머무르고 있어 어획량이 감소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인천 최대 꽃게 어장인 연평도의 꽃게 어획량은 2015년 1176t, 2016년 1364t, 2017년 1546t으로 늘다가 지난해 1010t으로 줄었다. 인천수협 관계자는 “봄철 꽃게잡이가 사상 최악인 데다 가을 꽃게잡이 출어를 포기하겠다는 어민도 상당할 정도로 피해가 심각하다”며 “그나마 주꾸미가 지난해보다 많이 잡혀 다행이라면 다행”이라고 말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꽃게 흉년#꽃게 수확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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