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훈-장춘순 부부, 30억 토지 기부… “발달장애인 자립 도울 희망의 땅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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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경기 여주시 우영농원 이상훈 대표와 장춘순 이사 부부 가족이 농원 버섯 재배 비닐하우스 안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이 대표 부부는 30억 원 상당의 농원 부지를 푸르메재단에 기부하기로 약정했다. 왼쪽부터 이 대표, 이 대표의 어머니 윤여영 씨, 아들 덕희 씨, 장 이사. 여주=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14일 경기 여주시 우영농원 이상훈 대표와 장춘순 이사 부부 가족이 농원 버섯 재배 비닐하우스 안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이 대표 부부는 30억 원 상당의 농원 부지를 푸르메재단에 기부하기로 약정했다. 왼쪽부터 이 대표, 이 대표의 어머니 윤여영 씨, 아들 덕희 씨, 장 이사. 여주=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이 버섯들이 농장 철거 전에 보게 되는 마지막 버섯이네요.”

14일 경기 여주시의 우영농원 비닐하우스 안에서 이 농원 장춘순 이사(62·여)가 내부를 둘러보며 이렇게 말했다. 장 이사가 2010년부터 일궈온 이 농원은 올해 하반기 철거를 앞두고 있다. 장 이사와 남편 이상훈 우영농원 대표(66) 부부가 농원 부지를 푸르메재단에 기부하기로 지난달 26일 약정했기 때문이다. 총 1만1800m2(약 3570평) 규모로 30억 원에 달한다. 푸르메재단은 장애인의 재활과 자립을 지원하는 비영리법인이다.

그 대신 농원 부지에는 발달장애인을 위한 전용 농원이 들어설 예정이다. 이름은 ‘푸르메 스마트팜’. 스마트팜은 유리온실 속에서 온도와 습도가 자동으로 제어되는 시설이다. 날씨의 영향을 덜 받아 생산성도 높은 편이다. 발달장애인들이 농사일에 비교적 쉽게 적응할 수 있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시설이다.

장 이사 부부는 올해 서른 살인 발달장애인 아들을 두고 있다. 이 부부 역시 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다른 부모들처럼 ‘우리가 죽으면 내 아이가 어떻게 살아갈까’ 하는 고민을 안고 있다. 부부는 발달장애인이 받을 수 있는 직업교육 환경이 열악하고 일할 수 있는 사업장도 부족한 현실을 조금이라도 바꾸고 싶었다.

장 이사 부부는 고민 끝에 스마트팜을 만들자는 결론에 이르렀다. 부부는 2010년 농부의 삶을 시작했다. 우영농원 부지에 스마트팜을 만들고 수경인삼과 버섯 등을 재배하며 가능성을 실험했다. 하지만 이들 같은 초보 농업인에게 농업 기술을 익히고 판로를 개척하는 일은 만만치 않았다. 부부가 농원 부지를 발달장애인 전문기관에 기부해 좀 더 체계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해야겠다고 결심한 배경이다. 푸르메재단은 ‘넥슨어린이재활병원’ 등 장애 어린이 재활치료시설을 설립해 운영하는 등 관련 경험이 풍부한 기관이다.

장 이사는 “장애인의 일터와 생활시설이 하나의 마을을 이루는 벨기에의 모습을 본 적이 있다. 푸르메재단의 지향점이 우리가 생각하는 방향과 흡사해 기부를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기부에 대해 부부의 딸(35)도 “너무 잘했다”며 응원했다고 한다. 재단은 기부받은 부지에 스마트팜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카페, 레스토랑 등을 결합해 지역사회와도 어울릴 수 있는 모델을 만들 계획이다. 장 이사는 “아들이 스스로 경제 활동을 하며 지역사회와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고 싶었다”며 “발달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자립할 수 있는 선례로 자리 잡아 장애인들에게 더욱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푸르메재단 백경학 상임이사는 “우리 사회가 발달장애인의 일자리 문제에 대해 구체적인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었는데, 장애 당사자 부모의 기부를 통해 현실적인 대안을 시도해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여주=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우영농원#발달장애인#토지 기부#스마트 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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