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학금 받으려면 얼마나 절박한지 구체적으로 쓰시오”… 서울대 ‘가난 증명’ 신청서 물의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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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공과대 대학원 석사과정에 재학 중인 A 씨(28)는 외부 장학금 중 하나인 ‘선한인재지원금’에 매학기 지원해 매달 30만 원의 장학금을 받고 있다. 하지만 지원할 때마다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일종의 ‘가난 증명’을 요구하는 지원서 양식 때문이다.

서울대 각 단과대 홈페이지에 올라 있는 신청서를 보면 지원자는 경제적으로 절박한 정도를 선택해야 한다. A B C 세 단계로 나뉘어 있는데 A는 ‘매우 절박’한 상태를 의미한다. 이어 자기소개란에는 ‘해당 등급을 선택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쓰라’고 돼있다. A 씨는 “건강보험료 월 납입액도 쓰게 돼 있어 지원자의 경제상황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는데 굳이 절박함에 대해 쓸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17년 12월 이런 관행에 대해 교육부 장관과 시도 교육감에게 개선을 권고했다. 당시 인권위는 “신청 학생의 가정·경제적 상황은 객관적인 공적 자료를 통해 충분히 파악할 수 있다”고 밝혔다.

비판이 잇따르자 서울대는 비로소 진화에 나섰다. 서울대 장학복지과 관계자는 “해당 장학금은 개별 단과대와 외부 재단이 직접 교류해 지급하는 것으로 대학본부를 통하지 않아 신청 양식을 알지 못했다”며 “재단 측에 학생들의 민원을 전달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김하경 whatsup@donga.com·강동웅 기자
#서울대 장학금#선한인재지원금#가난 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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