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의회와 주민투표 협의”… 본격적인 실무작업에 돌입
시민·사회단체 반대가 변수로
제주지역 행정시장 직선제에 대한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제주도는 행정시장 직선제에 따른 행정·법적 절차를 비롯해 주민투표 여부를 제주도의회와 협의한다고 5일 밝혔다. ‘행정시장 직선제 동의안’이 지난달 27일 제주도의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이후 본격적인 실무작업에 돌입했다.
행정시는 제주도에만 있는 특수한 행정체제다. 제주도는 기초자치단체인 4개 시군(제주시 서귀포시 북제주군 남제주군)을 폐지하고 2006년 단일 광역체제인 ‘특별자치도’를 출범시켰다. 이 과정에서 제주시와 북제주군을 합친 제주시, 서귀포시와 남제주군을 합친 서귀포시를 각각 행정시로 정했다. 행정시는 다른 기초자치단체와 달리 자치권이 없고 제주도지사가 시장을 임명한다.
그동안 임명직 행정시장 체제에 대해 민의 전달의 불편함, 생활민원 처리 지연, 행정서비스 질 저하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이번 행정시장 직선제 동의안 제출에 앞서 제주도 행정체제개편위원회는 ‘현행 유지’ ‘기초자치단체 부활’ ‘행정시장 직선제’ 등 3가지 안을 놓고 논의를 벌인 뒤 행정시장 직선제를 최종 대안으로 결정했다. 행정시장을 직선제로 하더라도 행정시 기초의회를 두지 않는다.
직선 행정시장은 임기가 4년으로 3번 재임할 수 있도록 했다. 정당 공천을 배제했으며 행정시에 60일 이상 거주한 25세 이상이면 선거에 출마할 수 있다. 직선으로 선출된 행정시장은 재임 중 행정시와 관계 있는 영리를 목적으로 한 사업이나 계약을 할 수 없다. 행정시장을 직선으로 뽑더라도 행정시장 역할은 ‘필요한 경우 도지사에게 자치법규 발의, 예산 편성, 행정기구 조정 등을 요청할 수 있다’로 제한된다.
행정시장 직선제를 시행하려면 먼저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제주특별법)을 개정해야 한다. 제주도는 제주도의회와 정책협의를 거쳐 행정시장 직선제 동의안을 국무총리실 산하 제주지원위원회에 제출한다. 제주도는 정부와의 협의 과정을 포함한 입법 절차를 감안해 이르면 하반기 행정시장 직선제를 담은 제주특별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제주도의회 협의 과정에서 행정시장 직선제에 대한 주민투표가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면 절차 이행 등에 따라 제주특별법 개정은 2, 3개월가량 늦춰진다. 행정시 구역 개편도 논란이 예상된다. 제주도 행정체제개편위원회가 권고안으로 제출한 ‘행정시 구역 재편’에 필요한 조례 개정은 제주특별법 개정이 마무리되는 시점에 추진된다. 이 권고안은 행정시를 기존 제주시, 서귀포시에서 제주시(제주시 동지역)와 동제주시(조천읍, 구좌읍, 우도면, 성산읍, 표선면, 남원면), 서제주시(애월읍, 한림읍, 추자면, 한경면, 대정읍, 안덕면), 서귀포시(서귀포시 동지역) 등 4개로 재편하도록 했다.
제주지역 10개 시민·사회단체가 행정시장 직선제에 대해 반대 입장을 표명하면서 변수로 떠올랐다. 이들은 지난달 성명서에서 “실질적 권한이 없는 행정시장은 주민들의 요구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도 없고 주민 불편을 해소하는 데도 한계가 분명히 있다”며 “기초자치단체 부활이나 읍면동 등 풀뿌리 자치를 활성화하고 자기결정권을 행사하는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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