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완공됐는데… 두달째 낭인 신세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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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오포 아파트 조합-건설사 갈등
조합비대위 “부실시공” 문제삼자… 市, 안전 이유로 준공허가 안내줘
社측 “추가 분담금 안내려 과장”
입주 못한 1028가구 피해만 커져

22일 찾은 경기 광주시 오포읍 양우내안애아파트의 모습. 아파트 건축은 완료됐지만 주민이 입주하지 않아 썰렁한 모습이다. 아파트 곳곳에는 건설사와 주택조합이 각자의 주장을 담은 현수막을 여러 개 걸어 놨다. 광주=조동주 기자 djc@donga.com
22일 찾은 경기 광주시 오포읍 양우내안애아파트의 모습. 아파트 건축은 완료됐지만 주민이 입주하지 않아 썰렁한 모습이다. 아파트 곳곳에는 건설사와 주택조합이 각자의 주장을 담은 현수막을 여러 개 걸어 놨다. 광주=조동주 기자 djc@donga.com
60대 A 씨 부부는 6월까지만 해도 자녀 부부, 사돈 가족과 함께 경기 광주의 신축 아파트 단지에 나란히 입주해 손자를 돌봐주며 도란도란 지낼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A 씨 부부는 지난달 초로 예정된 아파트 입주일에 맞춰 원래 살던 집을 처분하고 이사를 준비하다 청천벽력 같은 말을 들었다. 지역주택조합과 건설사 간의 대립으로 광주시가 준공 허가를 내주지 않아 아파트에 입주를 못 하게 됐다는 것이다.

내 집 마련을 꿈꾸던 조합원 A 씨 부부는 두 달째 30만 원짜리 월세방을 전전하며 막연히 입주를 기다리고 있다. 이삿짐은 컨테이너에 임시 보관하고 최소한의 생활용품만 꺼내 쓰고 있다. A 씨의 소개로 함께 아파트를 산 자녀 부부와 사돈 가족도 똑같이 월세방을 전전하는 신세가 됐다. A 씨는 “졸지에 월세방에서 기약 없이 살게 됐다”며 “준공 허가를 안 내준 광주시를 고소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A 씨 부부를 포함한 수천 명의 입주 예정자는 경기 광주 오포문형지역주택조합과 양우건설이 손잡고 지은 오포 양우내안애아파트가 두 달째 광주시의 준공 허가를 받지 못하면서 ‘낭인’ 신세가 됐다.

2015년 착공한 1028채 규모의 이 아파트는 당초 지난달 5일 지역주민인 조합원 538가구와 일반분양자 450가구가 입주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조합 비상대책위원회에서 건설사의 부실공사를 문제 삼자 광주시가 안전을 이유로 준공 허가를 내주지 않은 것이다.

비대위는 △아파트 방화문이 불량품이고 △붙박이장 등 내부 목재에서 유해물질이 나왔고 △아파트 15개동 중 5개동에 지하주차장과 연결되는 엘리베이터가 없고 △지하주차장 벽에서 물이 샌다는 점 등을 지적하고 있다. 비대위 측은 아파트 1층에 설치된 방화문을 뜯어 점검을 맡겨 보니 3분 만에 불에 탔다고 밝혔다. 아파트 내부 가구용 목재의 성분을 검사한 결과 휘발성 유기화합물이 기준치의 3배 이상 검출됐다고도 주장했다.

반면 건설사는 비대위가 조합에 부과된 추가 분담금 388억 원을 내지 않기 위해 하자를 부풀리고 있다고 반박했다. 추가 분담금은 일반분양자보다 싼값에 입주하는 조합원에게만 부과되는 비용으로 가구당 7200만 원 수준이다. 건설사는 조합의 토지 수용 과정이 길어지면서 토지 비용이 늘어났고, 미분양을 줄이기 위해 일반분양자 가구에 무료로 발코니를 확장해 주면서 추가 분담금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또 아파트 방화문과 목재 모두 감리자 입회하에 적합 판정을 받았으며 국가공인업체로부터 아파트 내부 공기 질이 적합하다는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양우건설 관계자는 “문제의 본질은 추가 분담금”이라며 “우리가 100억 원을 부담하겠다고 양보했지만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비대위 관계자는 “추가 분담금의 구체적 내용을 건설사 측에서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며 “핵심은 부실공사”라고 맞섰다.

건설사와 비대위가 서로를 불신하며 입주 대란이 이어지자 광주시가 협의 끝에 특정 건축사무소를 지정해 방화문과 공기 질, 지하주차장 문제를 점검하기로 했다. 하지만 검사 과정과 조건을 두고 견해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진전이 없는 상태다. 광주시 관계자는 “시가 어느 한쪽 편을 들어줄 수 없어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며 “입주민 피해가 점점 커져 난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광주=조동주 기자 djc@donga.com
#오포 아파트#부실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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