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옥탑방’ 찬반 논란도 후끈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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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악한 주민 사정 체험할 기회”
“세금 200만원 낭비 퍼포먼스”

22일 서울 강북구 삼양동의 옥탑방에 입주한 박원순 서울시장은 23일 삼양동 공공기관과 노인·아동 돌봄시설 등을 방문했다. 오전에는 삼양동주민센터에서 직원들로부터 각종 건의사항을 들었고 이어 도보로 미동경로당으로 이동해 어르신들과 점심 식사를 함께했다.

서울시는 “본격적인 현장 시정에 앞서 삼양동 주민으로서 이웃 주민들에게 ‘전입신고’ 인사를 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시민들 사이에서는 “의미 있는 체험”이라는 긍정 평가와 “보여주기식 세금 낭비”라는 비판이 엇갈렸다.

박 시장이 찾은 삼양동 미동경로당에서 만난 김인영 씨(82)는 “삼양동은 서울에서도 가장 어려운 동네인데 여기가 어떤지 살아본다는 데 의미가 있다. 아예 모르는 것보다는 훨씬 좋지 않으냐”고 평가했다.

동주민센터에 행정 업무를 처리하러 왔다가 박 시장의 방문을 지켜본 직장인 나권도 씨(26) 역시 “‘걷기 좋은 서울’도 좋지만 삼양동의 경우 교통 인프라가 더 절실하다”며 “실질적인 변화가 있을지는 시간이 지나봐야 알 수 있겠지만 현장을 직접 보면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온라인상에서는 “세금 낭비하는 퍼포먼스 정치”라는 비난도 나왔다. 서울시 예산으로 지불한 옥탑방 한 달 치 월세가 200만 원이었으며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는 가운데 에어컨 없는 옥탑방에서 비서관 2명이 옆방에 기거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행정 낭비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포털 기사에는 “한 달짜리 옥탑방 체험에 세금 200만 원이 너무 아깝다” “땡볕에 짐 옮겨주고 고문 받는 공무원은 무슨 죄냐” 등의 댓글이 달렸다.

비서관들은 2명씩 5개조로 나눠 박 시장이 머무는 옆방에서 잠을 잔다. 이들은 박 시장과 함께 현장을 돌며 주민들이 제안하는 정책이나 민원 사항을 기록하며 박 시장을 보좌한다. 옥탑방 입주 첫날인 22일 머문 송기호 비서관은 “방 안 온도계가 31도 넘게 올라가는 무더위에 밤잠을 설쳤지만 시장님과 함께 현장을 직접 경험할 흔치 않은 기회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최대한 지역주민의 삶을 가까이서 느껴야 한다는 측면에서 옥탑방에 에어컨을 따로 두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보여주기식’ 행정 논란에 대해 “어제부터 동네에서 만난 주민 수십 명 중엔 (싫어하는 분이) 없었다. 오히려 손을 붙잡으며 직접 애로사항을 말했다”며 “기존에 잠깐 얼굴만 비추고 가는 정치인 행사와 직접 살아보는 것은 다른 차원”이라고 일축했다.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박원순#옥탑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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