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 좋은 도시가 미래다]높이 17m 서울역 고가 위의 산책 “시민들에 걷는 즐거움 선물할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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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보행자 전용 ‘서울로’ 전문가와 함께 가보니

8일 서울역 고가도로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서울 중구 중림로 도시재생지원센터 건물 옥상에서 김영준 서울시 총괄건축가가 ‘서울역 7017 프로젝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8일 서울역 고가도로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서울 중구 중림로 도시재생지원센터 건물 옥상에서 김영준 서울시 총괄건축가가 ‘서울역 7017 프로젝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8일 오후 서울 중구 만리재로 서울역 고가도로. 1970년 개통 후 반세기 가까이 도심 한복판을 지켜온 고가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약 1년 전까지 고가를 메웠던 차량은 물론이고 차선(車線)도 자취를 감췄다. 빈자리를 채운 건 ‘사람들’이었다. 아직 한창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지만, 차량전용도로인 서울역 고가에는 분명 ‘걷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대한민국 산업화의 상징으로 근 반세기를 이어온 서울역고가의 ‘차량전용 시대’가 서서히 막을 내리고 있었다.

○ 17m 고가에서 ‘걷는 즐거움’ 쏠쏠

 노후 고가를 보행자전용도로로 바꾸는 ‘서울역 7017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김영준 서울시 신임 총괄건축가(56)와 함께 고가 위에 올랐다. 서울시는 이곳을 길의 느낌을 살려 ‘서울로(Seoullo)로 명명했다.

 김 총괄건축가가 생각하는 미래형 도심은 ‘보행자 중심’의 도시다. 그는 차들로 꽉 막힌 고가 주변 도로를 가리키며, “적어도 100년간 자동차도로를 끊임없이 만들었지만 교통체증은 늘고 대기환경은 악화됐다”면서 “최소 한양도성 4대문 안은 보행자 중심으로 바꿔야 도시환경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을 ‘수백 개의 섬이 서로 단절된 형태로 모여 있는 도시’로 묘사했다. 서울시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동떨어진 도심을 하나로 잇겠다는 생각이다. 김 총괄건축가는 “지금의 서울은 서로 동떨어진 수백 개의 섬과 같다”면서 “서울로가 도심 곳곳을 이어주는 연결고리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이번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이와 비슷한 방식의 보행자전용도로를 도심 곳곳에 만들어 시민들에게 ‘걷는 즐거움’을 선사할 계획이다. 김 총괄건축가는 “자동차 중심의 서울 길은 경험의 공간이라기보다, 목적지에 다다르기 위해 지나는 수단에 불과했다”면서 “이제 시민들은 도심 속 숨겨진 공간들을 천천히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날 고가 위를 거닐며 둘러본 서울 도심의 풍경은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무엇보다 운전 중 빠르게 지나쳤던 고가 주변 풍경이 또렷하게 눈앞에 펼쳐졌다. 고층빌딩에 가려 눈에 띄지 않았던 작은 가옥들은 물론이고 서울역 광장에 모인 시민들의 모습도 한눈에 들어왔다.

○ 주변 지역으로 퍼지는 긍정적 변화

 김 총괄건축가는 서울로의 개통이 주변 도시환경을 점차 변화시키는 하나의 ‘나비 효과’를 일으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지금껏 서울은 각자 동떨어져 있어 서로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면서 “도심 곳곳이 보행길로 연결되면 일부 낙후 지역의 분위기도 덩달아 살아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영국 런던의 명소인 세인트 폴 대성당과 템스 강 동남쪽을 이어주는 보행자 전용다리 ‘밀레니엄 브리지’가 생겨난 후 주변 낙후 지역에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김 총괄건축가는 “단절된 공간은 오직 당사자에게만 영향을 끼치지만, 네트워크가 형성된 곳은 공유의 공간이 된다”면서 “서울로라는 연결고리가 도심의 긍정적 변화를 이끌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프로젝트의 큰 특징 중 하나는 기존 건축물의 구조를 거의 훼손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서울시는 앞으로도 건축물 본래의 특성을 최대한 살려 노후 건축물을 재활용할 계획이다. 김 총괄건축가는 “서울은 지금껏 낡은 건물을 부수고 다시 짓는 1차원적인 방식을 고수해 서울의 정체성과 옛 모습을 계속 잃어 왔다”면서 “앞으로는 본래 모습을 최대한 보존하며 새로운 것을 창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승현 기자 byhu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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