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선장처럼… “버스기사 가장 먼저 탈출, 구조도 안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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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참사’ 생존자들 증언
“불난 뒤 비상망치 위치도 안알려”
기사 “차선 바꾸려 급하게 끼어들어”… “타이어 펑크 탓” 주장하다 번복
유족 “회사 처벌 안하면 장례 거부”

 10명이 숨진 13일 경부고속도로 언양 갈림목 관광버스 화재 사고 때 차를 몰던 운전기사 이모 씨(48)가 사고 직후 가장 먼저 탈출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 씨는 또 “타이어 펑크로 차가 2차로로 쏠렸다”던 진술을 번복해 차로를 바꾸기 위해 급하게 끼어들었다는 점을 시인했다. 이에 따라 사고 원인을 밝혀내기 위한 경찰의 수사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울산 울주경찰서 수사본부는 “여행 가이드와 생존자들의 진술을 통해 운전기사가 불붙은 차에서 가장 먼저 탈출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16일 밝혔다. 경찰은 전날 이 씨를 업무상 과실치사상과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으로 구속했다.

 생존자들은 “운전기사가 소화기로 창문을 깨고 제일 먼저 나간 뒤 앞쪽에 있던 승객들이 탈출했다”며 “운전기사는 차량을 빠져나간 뒤에도 적극적으로 구호 활동을 하지 않고 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다”고 말했다. 이 씨도 “창문을 깨 먼저 빠져나온 뒤 ‘이쪽으로 탈출하라’고 고함쳤다”고 경찰에 진술해 가장 빨리 탈출했던 사실을 인정했다. 형법 18조에 따르면 위험 발생을 방지할 의무가 있는 버스 기사는 사고 상황에서 승객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보증인적 지위’를 지며, 이를 어기면 발생한 결과에 의해 처벌받는다.

 경찰은 또 “현행법상 의무사항은 아니지만 이 씨가 버스 출발 전은 물론이고 불이 난 직후에도 탈출용 비상망치의 위치 등을 승객에게 알리지 않는 등 안전관리를 소홀히 한 점을 일부 인정했다”고 덧붙였다.

 이 씨는 당초 오른쪽 앞 타이어 펑크 탓에 차가 2차로로 쏠렸다고 주장했으나 “울산 쪽으로 진입하려고 차로를 변경하려 했다”고 진술을 번복했다.

 앞서 경찰은 15일 사고 관광버스가 소속된 태화관광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차량 운행일지, 버스 기사 안전교육 관련 자료, 차량관리 기록 등이 담긴 문서와 컴퓨터 본체 등을 확보했다. 회사 측의 책임 유무를 가리기 위해서다. 피해자모임은 “이번 사고는 운전기사의 과실과 별도로 사고 경력자를 채용한 태화관광에도 책임이 있다”며 “태화관광 측이 처벌을 받지 않으면 장례를 치를 수 없다”고 밝혔다. 운전기사 이 씨는 음주, 무면허사고 등 12건의 교통 관련 전과가 있다.

울산=정재락 raks@donga.com / 정성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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