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지역에 ‘롯데타운’ 추진… 서울시 11년간 막다가 급선회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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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전방위 수사]서초구 땅 용도변경 로비 의혹

‘강남의 마지막 금싸라기 땅’ 서울 강남의 마지막 금싸라기 땅으로 불리는 서초구 롯데칠성음료 물류센터 
부지 전경. 롯데그룹이 주거용지인 이 땅을 빌딩과 호텔이 들어설 수 있는 상업용지로 용도 변경을 시도하는 과정에 로비가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돼 검찰이 수사를 벌이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강남의 마지막 금싸라기 땅’ 서울 강남의 마지막 금싸라기 땅으로 불리는 서초구 롯데칠성음료 물류센터 부지 전경. 롯데그룹이 주거용지인 이 땅을 빌딩과 호텔이 들어설 수 있는 상업용지로 용도 변경을 시도하는 과정에 로비가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돼 검찰이 수사를 벌이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롯데그룹이 서울 강남의 롯데칠성음료 용지의 용도 변경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에 대해 검찰이 수사에 나서면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61)에 대한 검찰의 압박 수위가 더 높아지고 있다. 검찰이 14일 롯데칠성음료를 압수수색한 것은 용도 변경 로비 단서를 확보하기 위한 전초전이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제2롯데월드 건설과 함께 서초구 서초동 롯데타운 건설은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94)의 숙원사업이었다.

○ 20년 표류하던 롯데타운 건설

검찰은 롯데그룹 측이 서초동 롯데칠성음료 물류센터 용지를 빌딩과 호텔이 들어설 수 있도록 용도 변경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관계자들에게 로비를 한 단서를 포착하고 수사에 나서고 있다. 1976년부터 롯데칠성음료가 물류센터로 사용한 이 용지는 서울지하철 2호선 강남역과 가까워 강남의 마지막 남은 금싸라기 땅으로 불린다.

롯데는 20년 전부터 이곳을 고층 업무용 빌딩과 대형 호텔 등이 들어서는 ‘롯데타운’으로 조성하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하지만 이곳은 아파트나 주택이 들어설 수 있는 3종일반주거지역으로 묶여 있어 대형 빌딩이나 상업시설을 지을 수 없다.

롯데는 1997년부터 롯데타운 건설 인허가를 받기 위해 물밑에서 해당 용지의 용도를 상업용지로 바꾸려는 시도를 해왔다. 하지만 서울시와 서초구 등은 번번이 이를 거부했다. 주변 강남역을 중심으로 이미 상업지역이 폭넓게 지정돼 있어 추가로 상업지역을 지정할 필요가 없는 데다 이곳에 대한 용도 변경이 이뤄지면 나쁜 선례가 돼 다른 지역에서도 용도 변경을 해 달라는 요구가 빗발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또 같은 곳이더라도 상업용지의 땅값은 주거지역으로 지정된 곳의 시세보다 3배 가까이 비싸 서울시가 용도 변경을 허용하면 롯데에 대한 특혜로 비칠 수밖에 없다는 점도 용도 변경 거부의 배경이 됐다.

○ 특혜 의혹 받아 가며 용도 변경 추진


검찰은 용도 변경을 둘러싼 이런 어려움 때문에 롯데 측이 지방자치단체나 정치권에 줄을 대며 용도 변경 시도에 나섰다고 보고 있다. 1997년부터 10년 넘게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던 롯데의 숙원사업은 2008년부터 조금씩 성사 가능성이 열리기 시작했다. 서울시는 2008년 11월 공공기여(기부)가 크면 용도 변경을 허용할 수 있다는 내용의 도시계획 운영체계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기부는 사업에서 얻은 이익 중 일부를 국가나 지자체에 기부 형태로 내는 것을 뜻한다. 이듬해 9월 서울시는 ‘신(新)도시계획체계’를 발표하며 롯데칠성음료 용지를 도시계획 변경사전협상 대상지로 선정했다. 2010년 12월에는 롯데칠성음료 강남 땅을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해 롯데는 본격적으로 롯데타운 개발에 나섰다.

이후 롯데와 서울시는 이 용지에 대한 개발 논의에 들어갔다가 기부 비율 문제 등으로 개발 절차를 수년간 중단했다. 그러던 지난해 12월 롯데가 기부 비율을 높여 롯데타운 사업제안서를 서울시에 다시 제출했다. 롯데는 이곳을 3종일반주거지역(용적률 300%)에서 일반상업지역(용적률 800%)으로 용도를 변경해 달라고 신청했으며 47층짜리 건물(높이 249m)과 22층짜리 호텔(높이 108m)을 짓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주거지역으로 묶인 땅에 대해 상업용지 개발계획이 일사천리로 이뤄진 데에는 서초구와 서울시에 대한 로비가 일정 부분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게 검찰이 입수한 첩보의 골자다. 사실을 규명하다 보면 결국 시 관계자, 구 관계자들의 소환도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또 여기에 일부 정부 고위 관계자나 정치권 인사가 연루됐을 가능성도 있어 검찰 수사가 더 확대될 수 있다.

특혜 의혹이 나오는 롯데그룹의 사업은 전국에 여럿 더 있다. 롯데가 부산 중구에서 추진하고 있는 ‘부산롯데타운’ 건설도 상업시설과 오피스텔로 허가받은 이곳에 롯데 측이 수익성 보장을 주장하며 고급 아파트를 끼워 넣으려 하는 과정에서 특혜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대전 엑스포과학공원 내 롯데복합테마파크 설립 과정에서도 롯데가 대전시로부터 임대료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배석준 기자
#서초구#땅#용도변경#로비#롯데#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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