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도입된 지 30여 년이 지난 인공관절 수술의 키워드는 ‘정확도’다. 정확도를 높이면 수술 성공률도 높이고 인공관절 수명도 길어진다. 로봇 인공관절과 3차원(3D) 인공관절, 내비게이션 인공관절 수술 등이 모두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수술법이다.
특히 최근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3D 인공관절은 수술 전에 컴퓨터단층촬영(CT)이나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를 한 뒤 환자의 무릎관절 모양과 크기를 측정하고 3D 프린터를 이용해 환자에게 맞는 수술 기구를 제작한 다음 인공관절 수술을 하게 된다.
며칠 전 환자분이 “신문에서 봤는데 요즘엔 3D 프린터로 나한테 꼭 맞는 인공관절을 만들어준다면서요?”라고 물었다. 잘못 알고 있는 것이다. 3D 프린터는 단지 인공관절을 깎고 잘라주는 위치를 짚어주는 수술용 기구를 제작해줄 뿐이다. ‘3D 프린터로 내 무릎에 꼭 맞는 인공관절’이란 문구가 언론 광고 등에 나올 때마다 씁쓸한 마음을 지울 수 없다.
3D 프린터가 마치 인공관절 자체를 깎아내 새롭게 만드는 것처럼 알려져 있지만 기본적으로 3D 인공관절은 환자 몸에 딱 맞는 새로운 인공관절을 제작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인공관절을 쓰는 것이다. 단지 3D 프린터를 이용해 수술 기구를 만들어 수술을 하게 된다. 오히려 이 때문에 의사의 판단을 방해하는 면도 없지 않아 최근에는 부정적인 의견도 있다. 또 추가적인 검사를 해야 하기 때문에 비용 부담도 무시할 수 없다. 앞으로 인공관절 자체도 3D로 프린트해 환자에게 꼭 맞는 인공관절을 제작할 수 있는 날이 올지 모르지만 아직은 불가능하다. 그런데도 마치 가능한 것처럼 비치고 있어 안타까울 뿐이다.
또 3D 프린터를 이용하면 인공관절을 30년 이상 반영구적으로 쓸 수 있고 수술 시간도 짧아진다는 전혀 검증되지 않은 왜곡된 정보도 버젓이 나돌고 있다. 3D 프린터는 뼈 모양만을 기준으로 제작하고 연골 등 기타 연부조직을 고려하지 않기 때문에 간혹 균형이 안 맞을 수 있다는 내용은 어디에도 없다.
병원은 정확한 정보를 환자에게 제공할 의무가 있고 환자들 역시 난무하는 의료 정보 및 광고 속에서 올바른 정보를 얻고 치료법을 선택해야 한다. 해당 전문의와 충분히 상의하고 치료를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떤 수술이든 의사의 손을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없다. 무엇보다 의사의 경험과 숙련도가 수술의 정확도에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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