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팍팍하고 고단한 삶, 각설이패 보면서 푸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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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성 ‘품바축제’ 29일까지 개최… 놀자-난장판 등 4개판으로 나눠 진행
길놀이 퍼레이드-플래시몹 등

국내 최대 사회복지시설인 충북 음성 꽃동네의 시초가 된 고 최귀동 할아버지를 기리기 위한 품바축제가 26∼29일 열린다. 음성군 제공
국내 최대 사회복지시설인 충북 음성 꽃동네의 시초가 된 고 최귀동 할아버지를 기리기 위한 품바축제가 26∼29일 열린다. 음성군 제공
옛 민초의 힘든 삶을 풍자와 해학으로 풀어내던 각설이패. 그들의 체취를 느낄 수 있는 ‘품바축제’가 26∼29일 충북 음성군 음성읍 설성공원과 꽃동네 일원에서 펼쳐진다.

올해 17회째를 맞은 이 축제는 국내 최대 사회복지시설인 ‘음성 꽃동네’를 일군 고 최귀동 할아버지(?∼1990)를 기리기 위해 시작됐다. 입소문이 퍼지면서 해마다 30만 명 이상이 찾는 전국 유일의 정신문화 축제로 성장했고, 충북도 최우수 축제로도 선정됐다. ‘품바’는 장터나 길거리를 돌아다니며 동냥하는 사람을 말한다.

올해 축제는 ‘판을 펼쳐라’를 주제로 △놀자판 △난장판 △어울림판 △나눔판 등 4개판으로 나눠 주민과 관광객들이 참여할 수 있는 풍성한 프로그램으로 채워졌다.

젊은층이 즐길 수 있도록 품바사랑 나라사랑 플래시몹 공연, 버스킹 공연, 2판4판 난장판 등이 처음 펼쳐지며, 길놀이 퍼레이드에는 모든 관람객이 품바 복장과 분장을 하고 함께 어울릴 수 있다. 또 꽃동네와 함께 최귀동 인류애 봉사대상 시상, 전국 노숙인 위안잔치, 사랑의 밥차 등을 운영한다. ‘봉사’라는 행사 취지에 맞게 사할린동포 한마음대회, 홀몸노인 초청, 사랑 나눔 장터, 유니세프 기금 모금, 자원봉사 체험 등 다채로운 봉사 프로그램도 준비됐다.

28일 꽃동네에서 열리는 ‘노숙인에게 사랑과 희망을’ 행사에는 서울역과 부평역 등에서 초청한 노숙인 1000여 명이 참석할 예정이며, 이들을 위해 전국 25개 봉사단체 1200여 명이 자원봉사 활동을 펼친다. 자원봉사자들은 노숙인들을 상대로 건강과 법률 상담, 장수 사진 찍기, 시설 입소와 취업 상담 등을 진행한다. 임택수 음성부군수는 “올해는 미래지향적이고 창의적인 신규 프로그램을 도입해 전국에서 많은 관광객이 찾아오는 축제로 준비했다”고 말했다.

최귀동 할아버지는 일제강점기 음성군 금왕읍의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 강제 징용됐다가 병든 몸으로 고향에 돌아와 무극천 다리 밑에서 걸인 생활을 했다. 자신도 불편한 몸이지만 밥 동냥을 해 병든 걸인들을 먹여 살렸다. 1976년 금왕읍 무극천주교회 주임신부로 발령받은 오웅진 신부는 최 할아버지를 만나 ‘얻어먹을 수 있는 힘만 있어도 그것은 주님의 은총’임을 깨닫고 당시 가지고 있던 돈 1300원으로 무극리 용담산 기슭에 방 다섯 칸짜리 ‘사랑의 집’을 지어 이들을 입주시켰다. 이곳이 현재의 꽃동네 시초였다. ‘작은 예수’ ‘거지 성자’로 불린 최 할아버지는 1986년 2월 한국가톨릭대상을 받았다. pumba21.com, 043-873-2241
 
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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