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1학년 때 당차게 창업한, 스물아홉 CEO ‘한복 전도사’ 황이슬 대표

  • 동아일보

생활한복업체 설립 10년 만에, 직원 6명에 연매출 15억 올려

스물아홉 살 ‘한복 전도사’는 유쾌하면서도 알찼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 특유의 에너지가 넘쳤다. “세계가 한복을 입게 하겠다”는 말이 과장으로 느껴지지 않을 만큼 그는 치밀하게 준비된 창업자였다.

대학생이 되기 전까지 황이슬 대표는 지극히 평범한 학생이었다. 대부분의 여학생이 하는 교복 치맛단 짧게 하기와 통 줄이기조차 해본 적이 없다. 친구들은 방학하자마자 미용실로 달려가 파마나 염색을 하며 ‘작은 일탈’을 즐겼지만 그는 중고교 시절 내내 검정 고무줄로 꽁지머리만 묶고 다녔다. 야간 자율학습 한번 빼먹은 적 없는 ‘범생이’였다. 커튼과 이불 가게를 하는 부모님 아래 네 딸 중 장녀로서의 책임감 때문이었다.

대학수학능력시험 점수에 맞춰 공무원이 되기 쉽다는 말만 믿고 대학에 진학했다. 그러나 대학에 들어온 뒤 그는 누구보다 빡빡한 생활을 이어갔다. 자격증과 토익 점수 등 일반적인 ‘스펙’이 아닌 ‘생활한복 창업’이라는 자신만의 길을 향해 치열하게 준비했다. 산림자원학과에 다니면서도 의류학과 수업을 거의 빼먹지 않고 들었고 빈 강의 시간에는 도서관에 가서 경영과 컴퓨터, 일러스트, 복식을 익히고 한복 유물 도록을 뒤졌다.

대학 3학년 때 ‘공무원 대신 즐겁고 행복한 일, 좋아하는 일’을 평생 하기로 결심한 뒤 독학으로 쇼핑몰을 차리고 사진촬영, 홍보, 마케팅 기법, 세금신고, 공개입찰까지 하나하나 직접 익혔다. 전공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산림자원학 2급 정교사 자격증을 땄고 과대표를 맡아 높은 학점으로 졸업식에서 학장상을 받았다.

2010년 숙명여대 의류학과 대학원에 진학해 전통복식을 본격적으로 공부했고 2011년 해외시장을 겨냥해 영문 인터넷 홈페이지도 만들었다. 2014년에는 캐주얼 한복 브랜드 ‘리슬’을 론칭하고 ‘나는 한복 입고 홍대 간다’(라온북)라는 책도 펴냈다.

2006년 대학 1학년 때 생활한복업체를 차린 지 10년 만에 그녀는 직원 6명에 연매출 15억 원을 올리고 4층 건물을 소유한 어엿한 사장이 됐다.
 
김광오 기자 ko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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