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사냥꾼 미끼에 덥석… 국책은행 등 1100억 사기 대출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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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맞춤형 금융브로커 고용… 산업銀 등 직원에 뒷돈 공세
회사는 상장폐지… 855억 회수못해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부장 박길배)는 중견 터치스크린 제조업체 디지텍시스템스의 금융감독원 감리를 무마해 주겠다며 3300만 원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로 전 금감원 부국장 강모 씨(58)를 구속 기소했다고 5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지난해 6월 퇴임한 강 씨는 2012년 7월 9300만 원 상당의 디지텍시스템스 주식을 매입했다. 그런데 2013년 주가가 급락하자 주식 가치는 6000만 원 정도로 떨어져 3300여 만 원의 평가손실을 입었다. 그해 7월 강 씨는 이 업체 회장에게 “금감원 조사를 무마해 주겠다”며 손실 보전 명목으로 최초 주식 매입 자금 9300여 만 원을 요구해 받았다. 보유했던 주식은 실물로 업체 회장에게 건네 결과적으로 3300만 원을 받아 챙긴 셈이 됐다.

검찰은 또 이 회사가 은행으로부터 거액의 대출을 받도록 돕고 돈을 받은 혐의(뇌물수수 등)로 KDB산업은행 팀장 이모 씨(50)를 구속 기소하고 국민은행 전 지점장 이모 씨(60)를 불구속 기소했다. 또 이들에게 로비해 불법 대출을 알선하고 돈을 챙긴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등)로 금융브로커 최모 씨(52) 등 5명을 구속 기소하고, 곽모 씨(41) 등 3명은 불구속 기소했다. 달아난 이모 씨(71) 등 2명은 기소 중지했다.

2012년 2월 이 회사를 인수한 기업 사냥꾼들은 거액의 대출을 성사시키기 위해 1인당 2억2200만∼4억5000만 원을 주고 최모 씨 등 은행별 맞춤형 금융 브로커를 고용했다. 이들은 2012년 12월부터 이듬해 11월까지 불법 대출을 알선했다. 산업은행 팀장 이 씨는 2000만 원, 국민은행 전 지점장 이 씨는 3000만 원을 금융 브로커들에게서 받고 대출을 도왔다. 하지만 디지텍시스템스는 지난해 1월 상장 폐지돼 거액의 대출은 회수하기가 어려워졌다. 디지텍시스템스가 대출받은 약 1100억 원 중 산업은행 218억 원, 수출입은행 220억 원, 무역보험공사 50억 원, 국민은행 269억 원, 농협 57억 원, BS저축은행 41억 원 등 총 855억 원이 부실 채권으로 상각 처리됐다.

전주영 aimhigh@donga.com·김철중 기자
#기업사냥꾼#국책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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