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여주 복선전철 개통 또 연기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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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도시철도, 적자보전 이견에 손떼… 정부, 코레일로 운영사 변경추진
전산망 등 갖추는데 6개월 걸려… 경기 동남부 지자체-주민들 반발

국토교통부와 서울시의 갈등으로 경기 성남∼여주 복선전철 개통 시기가 또다시 올해 말로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개통 예정일을 약 석 달 앞두고 1년 가까이 끌어온 노선 운영권 협상이 결렬됐기 때문이다. 올 6월 말 전철 개통을 기대한 광주 이천 여주시 등 경기 동남부 지역 주민들의 불편이 예상된다.

4일 국토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달 초 성남∼여주 복선전철 노선의 우선협상대상자였던 서울도시철도에 협상 결렬을 알리는 공문을 보냈다. 이 노선은 판교신도시(경기 성남시)와 여주시 등을 잇는 노선(11개 역·총연장 57km)으로 2007년 착공됐다. 광주 이천 여주시 등 지하철이 없는 수도권 동남부 지역을 지나는 주요 교통시설로 주민들의 대표적인 숙원 사업이다.

서울도시철도가 지난해 4월 진행된 경쟁 입찰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적자 보전 방식 등을 놓고 정부와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다. 서울도시철도 측은 국토부에 ‘열차 임차료 등을 깎아줘 운영 적자를 메워 줄 것’을 요구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운영 적자가 연간 14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자 서울시가 최종 계약을 승인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울도시철도는 국가유공자, 장애인 무임 수송에 따른 손실의 60% 이상을 지원해 달라는 조건도 내걸었다.

반면 국토부는 이 사업이 최소운영수입보장(MRG) 방식이 아니라는 점을 들어 서울시의 요구를 거절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정부는 운영사의 경영 효율화 노력, 정부 재정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보조 규모를 결정한다”며 “계약서에 ‘매년 적자의 일정 부분을 보조한다’고 포괄적으로 명시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견해차가 좁혀지지 않자 양측은 지난달 초 협상 테이블을 떠났다. 이에 따라 양측이 다시 협상에 나서지 않는다면 이 노선 운영권은 한국철도공사(코레일)로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코레일이 운영사로 확정되더라도 개통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점이다. 3월 말 현재 선로를 놓는 공사는 100% 가깝게 진행됐지만 개찰, 환승 등을 위한 운영 시스템 구축 작업은 아직 시작도 하지 못했다.

철로, 역사 등의 ‘하드웨어’와 달리 요금징수시스템(AFC) 등의 전산망 작업은 운영사가 결정돼야만 할 수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서울도시철도와 코레일 등 철도 운영사별 운임 정산 시스템이 전혀 다르다”라며 “전산망을 도입하고 시험 운영을 마치는 데 6개월가량 필요해 개통 시기는 올 12월 이후로 미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노선은 당초 지난해 말 개통될 예정이었다가 운영사 선정이 지연돼 올해 6월로 완공 예정일이 이미 한 번 늦춰진 상태다.

광주시 관계자는 “상반기 전철 개통을 예상하고 역 주변으로 이사 오거나 가게를 옮긴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게 됐다”며 “지난달 이천 여주시와 정부에 공동건의문을 보내 일정대로 개통할 것을 촉구했다”고 밝혔다.

천호성기자 thousand@donga.com
#서울도시철도#적자보전#코레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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