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남북]‘소통 리더십’이 아쉬운 홍준표 경남지사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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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훈·부산경남취재본부
강정훈·부산경남취재본부
“여당 대표가 독재정권 운운하는 것은 자해 공갈 수준입니다.”

새누리당 당원권이 정지된 홍준표 경남지사가 ‘성완종 리스트’ 4차 공판 다음 날인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띄운 글이다. 사면초가인데도 ‘페이스북 정치’는 계속된다. 그의 꾸지람은 주로 진보진영과 새누리당 비박(비박근혜)계에 쏠린다.

홍 지사는 이번 재판 결과에 따라 명운이 갈린다. 그는 무죄를 확신한다. 법조계에선 다른 전망도 있다. 총선 이후에는 주민소환 투표가 기다리고 있다. 한 차례 폭풍이 불가피하다. 개표를 위한 투표율(33.3%)을 넘기긴 쉽지 않겠지만 투표 절차 개시와 함께 도지사 직무가 정지되는 것은 부담이다.

당장은 10명 가까운 산하 기관장 자리를 채워야 한다. 잡음을 일으키고 물러난 기관장들의 자질과 도덕성, 전문성과 업무 역량은 바닥이었다. 측근이나 선거 공신, 정치꾼을 앉힌 결과다. 그게 홍 지사에게 부메랑이 됐다.

박종훈 교육감 주민소환 허위 서명에 개입한 혐의로 구속된 경남도민프로축구단(경남 FC) 박치근 전 대표는 건설과 부동산업으로 돈을 벌고 대호산악회라는 조직을 통해 홍 지사 선거를 도운 인물이다. 정치를 꿈꿨지만 축구와는 거리가 멀었다. 박 전 대표에 앞서 경남 FC를 맡았던 안종복 전 대표 역시 비리 혐의로 구속됐다.

경남개발공사도 비슷하다. 배한성 전 사장은 창원시장 선거에 나선다며 7개월 만에 그만뒀다. 홍 지사 고향 후배이자 선거 공신인 박재기 사장은 경남 FC 박 전 대표와 함께 주민소환 허위 서명에 개입했다가 경찰 조사를 받고 사표를 냈다.

경남발전연구원은 ‘연구’와 무관한 정치권 출신들이 분위기를 망쳤다. 홍 지사 측근이었던 김정권 전 한나라당 사무총장은 2014년 김해시장 선거에 나간다며 중간에 자리를 떴다. 총애를 받았던 의사 출신 조문환 전 국회의원도 임기를 한참 남겨두고 지난해 12월 갑자기 중도 하차했다.

그간의 패착을 거울삼아 산하기관장 선임은 ‘적재적소’의 객관적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그게 잡음을 예방하는 첩경이다. 공무원 인사 방식의 전환도 중요하다. ‘미운털 박힌 간부의 유배지’로 여겨지는 도정연구관은 폐지하거나 축소해야 한다. 2급 이하 간부 5∼10명을 장기간 놀리는 것은 누가 봐도 불합리하다. 또 “눈에 든 직원만 챙긴다”는 여론은 어떻게 무마할 것인가.

홍 지사는 19대 총선 서울 동대문을에서 떨어진 뒤 빈손으로 낙향했다. 이후 부활의 날갯짓을 하다 위기를 맞았다. 전부 아니면 전무, 내 편 아니면 적으로 간주한다는 지적이 나온 지 오래다.

사실 결단과 명령의 리더십은 유행이 지났다. 공감과 소통, 이해와 배려가 대세다. ‘경남 미래 50년 사업’ 등 홍 지사가 애착을 갖고 추진하는 시책은 일부 성과도 기대된다. 그러나 그도 머지않은 장래에 빈손으로 떠난다. 다시 채우려면 먼저 비우는 게 순서다.

강정훈·부산경남취재본부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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