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세 소녀’ 속옷만 입고 맞아… “외상에 따른 쇼크사 가능성”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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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 여중생’ 사건… 경찰, 목사부부 살인죄 적용 검토

목사 아버지에게 폭행당해 숨진 채 1년 가까이 방치됐던 이모 양(사망 당시 13세)이 외상에 따른 충격으로 사망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경기 부천소사경찰서는 “이 양을 부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외상에 따른 쇼크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1차 소견을 통보해 왔다”고 4일 밝혔다. 외상에 따른 쇼크사는 극심한 고통이나 스트레스로 갑작스레 혈압이 낮아지고 뇌에 혈액이 공급되지 않으면서 사망에 이르는 증상이다. 오랜 시간 부모로부터 학대를 당하다 맞은 부위에서 오는 큰 통증을 감당하지 못해 숨졌을 수 있다는 얘기다.

국과수는 “대퇴부(넓적다리)에 비교적 선명한 출혈이 관찰됐지만 골절이 없고 복강(배 안)에도 출혈이 없었다”며 “정확한 사인은 현미경 검사 등 정밀감정을 거쳐야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양은 사망 추정일인 지난해 3월 17일 부모로부터 5시간에 걸쳐 구타를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3일 체포된 아버지 이모 씨(47)는 경찰에 “나무 막대로 딸의 손바닥과 종아리, 무릎 위쪽을 수차례 때렸다”고 진술했다. 계모 백모 씨(40) 역시 “빗자루 등으로 팔과 허벅지를 여러 번 폭행했다”고 말했다. 사망 당일 이 양은 속옷만 입은 채였다. 경찰은 “이 양 부모가 ‘(딸이 돈을 또 훔치거나 가출을 할까 봐) 다시 가출하지 못하게 하려고 옷을 벗겨놓은 채 때렸다’고 진술했다”고 설명했다.

이 양 부모는 이 양의 도벽과 가출로 골머리를 앓아 왔다고 경찰에 주장했다. 이 양은 2012년부터 계모 백 씨의 여동생(39) 집에서 지냈다. 이 양의 이모부는 본보에 “이 양을 친딸처럼 생각하며 키웠는데 2013년경부터 어른들 돈에 손을 댔다”며 “2015년 들어서는 아빠 교회 헌금을 훔치다가 걸렸는데 금액이 수십만 원, 수백만 원까지 커졌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계모 쪽 친척들은 이 양을 계도하려 애썼던 것으로 보인다. 사망 6일 전인 지난해 3월 11일에도 이 양은 절도 건으로 아버지에게 맞았다. 당시 백 씨의 여동생은 속옷만 입고 있던 이 양에게 연고를 발라줬다. 이 씨는 이날 면회 온 아내 백 씨 가족들에게 “(딸 때문에) 면목이 없다”며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이 씨의 큰아들(19)과 둘째 딸(18)은 부모가 체포될 때까지 막냇동생이 폭행당하고 사망한 사실을 몰랐던 것으로 나타났다. 큰아들 이 군은 “(이 양 사망 건은) 매우 슬픈 일”이라면서도 “(계모 체포 등은) 우리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 군은 동생의 시신이 발견되기 전에 진행된 경찰 조사에서도 “나는 2012년경 집을 나왔기 때문에 동생 실종은 잘 모르는 일”이라고 진술했다. 이 군은 한동안 부천에서 홀로 지내다 최근 들어 친척들의 보호를 받으며 부천에 사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날 이 씨 부부에게 아동학대특례법상 아동학대 치사 및 사체유기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함께 체포된 백 씨 여동생에게는 아동학대 혐의를 적용했다. 경찰은 이 양 부모에게 살인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도 검토하고 있다. 사건은 11일쯤 검찰에 송치될 예정이다.

한편 이 씨 주변인들은 이 씨가 부천 S신학대에서 강사(겸임교수)로 활동하며 정교수 임용에 사활을 걸었었다고 증언했다. 개척교회 목사 활동으로는 축구 꿈나무인 큰아들과 외국 유학 중인 둘째 딸, 장래 희망이 의사였던 숨진 이 양 등 3남매를 뒷바라지하기가 경제적으로 어려워 정교수 승진을 노렸다는 것이다. S신학대 관계자는 “본교가 최근 몇 년 새 20여 명의 교수를 확충할 때 이 씨도 수차례 임용 신청을 했지만 번번이 탈락했다”고 말했다. 이 씨와 가깝게 지냈다는 교직원은 “이 씨는 올해 안에는 꼭 교수로 채용될 것으로 믿어 왔다. 딸의 죽음을 숨긴 이면엔 이런 상황이 어느 정도 작용한 것 같다”고 전했다.

이날 S신학대는 이 씨를 해임했다. 지난 1년간 이 씨 강의를 들어온 학생 100여 명에겐 외상 후 스트레스 심리 상담을 진행하기로 했다.

부천=박창규 kyu@donga.com·박희제·김도형 기자
#목사#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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