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조합 이사장 선거, 회장측서 압력”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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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政피아’ 오인수씨 내정 파장 확산

한국해운조합 이사장에 새누리당 정우택 의원 보좌관인 오인수 씨(60·사진)가 내정되는 과정에서 박송식 현 해운조합 회장이 선거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파장이 커지고 있다. 오 씨는 25일 대의원 21명이 참석한 해운조합 임시총회 투표에서 과반수인 12표를 얻어 이사장에 내정됐다.

27일 동아일보 취재팀이 해운조합 이사장 선거에 참여한 대의원들과 통화한 결과 복수의 대의원들은 “박 회장 측의 압력이 있었다”고 밝혔다. A 대의원은 “선거 이틀 전인 23일 박 회장 측으로부터 ‘오 씨에게 투표하라’는 전화를 받았다”며 “대의원 대부분이 똑같은 전화를 받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다른 대의원 B 씨 역시 “투표하기 전부터 판이 짜인 분위기였다. 그런 게 없었으면 비전문가가 어떻게 됐겠나”라고 언급했다.

박 회장은 이에 대해 “그런 전화를 한 적이 없다”며 “오 씨와 안면이 전혀 없다. 선거 당일 처음 봤다. 오 씨의 고향이 울산인 것도 처음 알았고, 울산에서 정치모임 하는 것도 신문 기사 보고 알았다. 오 씨가 경기 출신인 줄 알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 내정자가 이사장에 출마할 때 낸 이력서에는 고향이 적혀 있었다. 박 회장의 말이 사실이라면 이사장 내정자의 기본 이력조차 회장이 확인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박 회장은 이날 3박 4일 일정으로 미얀마 해외 출장을 떠났다. 해운조합 측은 “매년 초에 정례적으로 가는 출장”이라고만 설명했다.

해운조합 회장은 조합 회원사의 대표가 맡으며 이사장은 외부 인사가 선출될 수 있다. 박 회장도 중견 해운업체인 명진해운의 대표이사다. 이 때문에 그동안 해운조합 이사장은 해양수산부 출신 ‘해피아’(해수부+마피아) 등 외부 낙하산 인사가 선임돼 정관계에 로비를 하는 역할을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일각에서는 박 회장이 정치권 출신인 오 씨를 영입한 것도 비슷한 이유라는 지적이 나온다. 박 회장은 올해 7월로 예정된 회장 선거에서 연임을 노리고 있다. 오 내정자가 보좌해온 정 의원은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1년 해양수산부 장관을 지낸 바 있다.

오 내정자는 박 회장과의 친분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박 회장과는 이번 업무를 하며 알게 됐다”고만 짧게 답했다. 오 내정자는 비전문가가 정치권의 입김을 타고 낙하산으로 내려온 것 아니냐는 ‘정피아’ 비판에 대해 “제가 일했던 문화의 전당이 경영 평가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는 등 성과를 냈다. 낙후한 해운 사업을 일으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오히려 여러 소관부처 일들을 경험한 내가 전문가다”라고 반박했다.

오 내정자는 해수부 승인을 받으면 임기 3년의 이사장에 취임한다. 하지만 논란이 커지자 해수부는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해수부 관계자는 “꼼꼼하게 살펴볼 것이고 반려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성모 mo@donga.com·박재명 기자
#해운조합#이사장#정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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