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외국인 노동자 “한류는 좋지만 폭행은 싫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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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이주민노동복지센터 설문
“한국 제품-음악 등 좋아한다” 45%… “언어-의사소통 크게 불편” 21%

장시간 노동과 낮은 임금, 폭행과 성희롱에 시달리는 국내 외국인 노동자들이 오히려 ‘한류(韓流)’와 한국 상품을 좋아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본국으로 돌아간 뒤 한국 드라마나 영화, 한국 제품을 주변에 권유하겠다는 노동자도 많았다.

이는 이주노동자와 다문화가정 지킴이인 경남이주민노동복지센터(대표 이철승 목사)가 세계 이주민의 날(12월 18일)을 앞두고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나타났다. 이주민센터는 올 8월부터 지난달 15일까지 경남지역에 취업하고 있는 14개국 이주노동자 500명을 대상으로 입국 과정, 직장 및 일상생활, 산업재해, 귀국 계획 등 6개 항목 117개 문항을 조사했다. 이 과정에서 불성실하거나 답변이 제대로 기입되지 않은 24부는 제외됐다.

한국 음악과 드라마, 방송, 영화, 제품의 선호도를 묻는 질문에서 45.8%가 약간 좋아하거나 매우 좋아한다고 답했다. 35.1%는 ‘그저 그렇다’, 9.7%는 ‘별로 또는 전혀 좋아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귀국 후 한국 문화와 제품을 주위에 권유하겠느냐는 질문에는 73.6%가 그럴 의사가 있다고 한 반면 17.4%는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특히 응답자의 80.7%는 귀국 후 한국 제품을 구입할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김광호 이주민센터 팀장은 “이들을 면접한 결과 과거에는 일본이나 인도, 중국 제품을 주로 사용했지만 앞으로는 한국산을 쓰겠다는 의사를 나타냈다”고 했다.

한국의 인상과 관련해 입국 전보다 ‘나빠졌다(15.1%)’는 응답보다 ‘좋아졌다(49.8%)’는 응답이 3배 이상으로 많았다. 체류 기간이 끝나더라도 계속 일하고 싶다는 노동자(14.7%)와 본국에 갔다가 다시 한국에 돌아와 일하고 싶다는 노동자(15.3%)의 비율은 비슷했다.

이번 조사에서 한국 입국을 위해 돈을 줬다는 응답은 전체의 11.1%였고, 실제 효과를 봤다는 사람은 43.4%였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낮은 임금과 차별대우를 견디기 어려운 점으로 꼽았다. 일상생활에서 가장 큰 불편은 언어와 의사소통(21.8%)이었고 문화 차이, 금전 문제가 뒤를 이었다. 여성 이주노동자만을 상대로 성희롱을 조사한 결과 전체의 6.3%가 피해를 당했다고 밝혔고 이 가운데 한 명은 피해 횟수를 3회라고 답했다.

작업 과정에서 사고도 잦은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25%가량이 산재를 당한 경험이 있고 피해 반복에도 불구하고 개선책은 실효성이 없거나 제자리걸음인 것으로 조사됐다.

센터 대표인 이 목사는 “그동안 이주노동자의 한류 인식을 묻는 조사는 거의 없었다”며 “기업인과 고용주, 국민이 ‘이주민’을 ‘이웃 주민’으로 여기는 관심만 있다면 한국의 이미지와 국력 신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남이주민노동복지센터는 2001년부터 매년 ‘이주노동자 노동 및 생활 실태조사’를 하고 있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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