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느려진 老소매치기, 재래시장 돌며 할머니 가방만 ‘슬쩍’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2일 19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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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낮 12시 20분 광주 광산구 송정5일 시장. 박모 씨(68)가 물건값을 흥정하는 강모 할머니(78)의 손수레에 실린 가방에서 현금 33만 원이 든 지갑을 훔쳐 달아났다.

박 씨는 범행 1시간 반 전부터 혼자 시장을 돌아다니며 8차례나 소매치기를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범행 대상은 모두 할머니들이었다. 20살 때부터 소매치기를 시작한 그는 젊은 시절 한 때 빠른 손기술을 자랑했다.

소매치기로 9번이나 교도소를 드나 든 그는 그러나 소매치기를 하면 시장 상인들도 눈치 챌 정도로 손놀림이 느려졌다. 이 때문에 범행이 들통 나도 오리발을 내밀 수 있는 할머니만 노렸다. 형사들은 이날 박 씨의 소매치기 현장을 지켜보며 동영상을 촬영한 뒤 박 씨가 훔친 지갑에서 돈을 꺼내고 버리는 현장을 덮쳐 검거했다.

광주 광산경찰서는 광주지역 재래시장을 돌며 소매치기를 한 혐의(절도)로 박 씨를 구속했다고 2일 밝혔다. 박 씨는 올 5월 15일부터 최근까지 광주 북구 말바우 시장과 송정5일 시장 등에서 모두 6차례에 걸쳐 187만 원을 훔친 혐의다.

혼자 사는 박 씨는 기초수급자로 지정돼 한달에 수십만 원을 지원받고 있으나 부족한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범행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일부 시장 상인들은 박 씨의 범행을 목격했지만 소매치기 조직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적극적으로 범행을 제지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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