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리포트]“눈치 안보고 쉬고 싶다”… 낮잠카페 전성시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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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피로’ 위험수위]
점심시간 동료 시선 피해 ‘꿀잠’… 피로 해소 ‘비타민 주사’ 맞기도

서울 종로구의 카페 ‘낮잠’은 짧은 시간 동안 편안히 쉴 수 있도록 해먹을 달았다. 오직 ‘낮잠’만을 위한 공간이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서울 종로구의 카페 ‘낮잠’은 짧은 시간 동안 편안히 쉴 수 있도록 해먹을 달았다. 오직 ‘낮잠’만을 위한 공간이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한 ‘휴식 카페’가 최근 각광을 받고 있다. 과거에도 중년 남성들은 점심시간에 짬을 내 사우나를 찾기도 했지만, 요즘 오피스가(街)를 점령한 ‘휴식 카페’는 혼자 있고 싶은 젊은 남녀 직장인을 대상으로 삼는다. 직장 동료들과 밥 먹고 커피 마시면서 필요 이상의 돈을 쓰느니 자발적으로 고립을 택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

서울 종로구에 있는 카페 ‘낮잠’은 넓은 공간에 해먹을 설치해 놨다. 낯선 이들끼리 어색하지 않도록 하얀색 천을 달아놓아 누웠을 때 원하는 만큼 가릴 수 있다. 서로 얼굴을 마주치지 않아도 된다. 새 소리를 지속적으로 틀어줘 눈을 감고 있으면 잠시 휴양림에 온 듯한 착각도 든다. 낮잠을 위한 공간인 만큼 영업시간도 초저녁이면 끝난다. 5000원을 내면 낮잠도 잘 수 있고 나가면서 커피도 테이크아웃할 수 있다.

이런 카페가 유행하는 이유에 대해 우성민 씨(36·여)는 “여사원 휴게실이 있기는 하지만 직장 상사나 동료가 들어올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이용하기가 어렵다”며 “근무가 태만하다는 느낌을 줄까 봐 눈코를 손수건으로 덮고 잔 적도 있다”고 말했다. 눈치 볼 것 없이 30분만이라도 편하게 쉬고 싶어 하는 직장인의 심리를 파고든 셈이다.

서울 송파구의 카페 ‘퍼스트클래스’는 비행기 일등석과 같은 인테리어가 특징이다. 벽면에는 마치 공항 대기실을 떠올리게 하는 각종 여행지 사진들이 붙어 있다. 몸은 한국에 있지만, 기분만은 프랑스 파리에 가는 느낌을 주는 것. 6000원을 내면 음료수 한 잔을 골라 ‘기내’로 들어갈 수 있다. 안에는 실제 비행기 좌석은 아니지만 안마기계가 있어서 전신안마를 받을 수 있다. 눈 안마 기계를 얼굴에 착용하면 눈 피로도 풀어준다.

밥 대신 주사를 선택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서울 강남역 일대 피부과, 성형외과는 점심시간마다 편안하게 쉬면서 주사를 맞으려는 직장인들로 붐빈다. 일명 ‘에너지 주사’ ‘화이트 주사’로 불리는 혈관주사로 비타민을 바로 핏속에 공급해주는 것. 피로에 찌든 직장인들에게 병원들은 “먹는 비타민과 달리 흡수율이 매우 높다”고 홍보한다. 리젠피부과 관계자는 “병원 내 1, 2인실에 커튼을 치고 1시간 동안 푹 잘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더 많이 찾는 것 같다”고 말했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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