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권택 영화영상예술대학, ‘임권택 감독’ 이름 딴 영화영상예술대학 있다? 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23일 09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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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100]임권택 영화영상예술대학

임권택 감독(79)은 올해 그의 102번째 작품 ‘화장’을 찍었다. 당시 촬영 현장에 제자 20여 명을 데리고 다녔다. 자신이 석좌교수로 있는 동서대 영화영상예술대학의 제자들. 그는 “영화 공부라는 게 교실에서만 하는 게 아니다”라며 현장을 경험하게 한 것.

동서대에 그의 이름을 딴 ‘임권택 영화영상예술대학’이 생긴 것은 2008년. 장제국 동서대 총장이 임 감독을 만나 부산을 아시아 영화 허브로 만들려면 임 감독의 경험과 노하우가 필요하다며 설득했다. 영화과, 연기과, 뮤지컬과를 둔 종합 예술대학으로 출범했다.

임권택 대학은 2012년 12월 센텀 산업단지로 캠퍼스를 옮기면서 비약적인 발전의 계기를 맞았다. 센텀 산업단지는 각종 영화 관련 클러스터가 모여 있는 지역.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리는 ‘영화의 전당’이 센텀캠퍼스 맞은편에 있고, 한국영화진흥위원회와 등급물심의위원회도 지척에 있다. 주변에 영화관 22개와 영화 관련 기업들도 몰려 있다. 한마디로 영화, 방송, 게임 관련 교육시설과 산업체가 모여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이다.

동서대는 이 대학에 국내 대학 최대 규모의 소향뮤지컬시어터를 비롯해 임권택영화박물관, 임권택영화연구소를 만들었다. 영화를 찍는 각종 첨단 장비들도 대거 구입했다. 또 영화과, 연기과, 뮤지컬 학과 간의 교류도 활발하다.
동서대 임권택 영화영상예술대학 학생들이 임권택 영화박물관 앞에서. 뒤쪽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전용덕 임예지 류재혁 박준서 국민용 이혜리씨. 윤양섭기자 lailai@donga.com
동서대 임권택 영화영상예술대학 학생들이 임권택 영화박물관 앞에서. 뒤쪽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전용덕 임예지 류재혁 박준서 국민용 이혜리씨. 윤양섭기자 lailai@donga.com

먼저 영화과를 살펴보자. 재학 중 프로급의 고급 영화 인재를 양성하는 게 목표. 그것도 세계와 교류하는 글로벌 인재가 목표다. 부산국제영화제와 8회째 공동 운영 중인 아시안필름아카데미도 이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큰 그림의 일환. 아시아지역 학생들이 2주 동안 영화과 학생들과 교류하며 영화의 미래를 논의한다. 동서대는 국내 대학 최초로 ‘글로벌 디비전’이란 국제영화학교도 만들었다. 태국 말레이시아 브라질 러시아 등 세계 각국 학생들이 영화를 배우는 학위과정. 올해 첫 졸업생을 배출했다. 인도네시아 페트라크리스찬대학과는 ‘2+2’ 과정도 운영하고 있다. 2년은 동서대에서, 2년은 인도네시아에서 배운다. 미국 채프먼대학과는 2009년부터 학생 워크숍을 해오고 있다. 2주간 영화의 도시 로스앤젤레스에서 학생들끼리 영화에 대해 토론하고 고민하는 자리다.

영화과의 자랑은 뭐니 뭐니 해도 마스터 클래스. 유명 감독과 배우, PD, 촬영감독 등을 초청해 그들의 노하우를 듣는 수업. 본래 3학년 수업이지만 전 학년이 들을 수 있다. 2008년부터 2주에 한 번꼴로 배창호 정지영 양익준 등 영화감독과 안성기 박중훈 강수연 등 유명 배우들이 자신이 살아온 길과 영화에 대해 강의했다. 바쁜 스타들을 부산까지 내려오게 만드는 것은 임 감독의 힘이다. 부산국제영화제 기간에는 파올로 티비아니, 서극, 코스타 가브라스 등 세계적인 거장들이 강의를 했다.

재학생들의 실력은 이미 수준급. 2012년 부산 국제영화제 본선 한국영화비전 부문에 ‘개똥이’(김병준)가 처음으로 진출했으며, 이듬해에도 ‘못’(서호빈)이 진출했다. 또 서울국제여성영화제나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부산아시아단편영화제, DMZ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등 본선에 다수 진출했다.

4학년 박준서 씨(24)는 요즘 졸업 작품 ‘고추할배’를 준비하느라 여념이 없다. 졸업 작품은 연출 촬영 제작 사운드 조명 등 5명이 팀을 이룬다. 그는 촬영을 맡았다. 길이는 10분. 2학년 때부터 단편영화를 찍어온 그는 촬영감독을 꿈꾸고 있다.

커리큘럼은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인 이용관 학장이 취임한 뒤 직능인보다는 예술인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때문에 1, 2학년 때는 인문학 미학 철학 등 기본 베이스를 갖추고, 3, 4학년 때 본격적으로 실습을 한다. 김대승 감독의 연출실습 강의는 현장 연출방법과 테크닉을 그대로 수업에 옮겼다. 임 감독 밑에서 10년간 조감독으로 수련한 김 감독은 ‘후궁’ ‘번지점프를 하다’ 등을 연출했다. 또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복수는 나의 것’ 등의 각본을 쓴 이무영 감독과 함께하는 시나리오 수업도 유명하다.
동서대 임권택영화영상예술대학 영화과 남인영 교수는 “재학 중 프로급의 고급 영화 인재를 양성하는 게 목표, 그것도 세계와 교류하는 글로벌 인재를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윤양섭기자 lailai@donga.com
동서대 임권택영화영상예술대학 영화과 남인영 교수는 “재학 중 프로급의 고급 영화 인재를 양성하는 게 목표, 그것도 세계와 교류하는 글로벌 인재를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윤양섭기자 lailai@donga.com

남인영 영화과 교수는 “영화계에서 우리 학교 졸업생들의 실력을 인정해줄 때 가장 기쁘다. 일부 영화인은 우리 커리큘럼을 보고는 ‘다시 입학해 체계적으로 배우고 싶다’는 말을 할 정도”라고 자랑했다.

영화과의 또 다른 자랑은 임권택영화박물관과 임권택영화연구소. 연구소는 임 감독이 기증한 희귀자료를 비롯해 국내외에서 수집한 물품 문헌 사진 동영상 등 1만 점을 소장하고 있다. 이를 일반과 공유하기 위해 만든 게 임권택영화박물관.

연기과는 메소드 연기 교육을 커리큘럼으로 만들었다. 메소드 연기란 러시아의 콘스탄틴 스타니슬라프스키가 시도한 것으로 ‘배역을 연기하기보다 배역 그 자체가 되는 기술’을 말한다. 이를 위해 학과는 체계적으로 연기를 지도한다. 유럽과 미국에서는 오래 전에 정착됐지만 국내에서는 드문 시도다. 크게 나눠 연기, 움직임, 화술 등을 가르친다. 1, 2학년 때는 기초교육과 함께 영상에 대한 이해도를 높인다. 3, 4학년 때는 연극 공연과 영화제작 실습 위주다. 영화과와 함께하는 작업이 많다.

연기과 수업은 ‘빡세다’. 연기 과목은 1주일에 10시간 정도 공부한다. 평일 저녁시간과 토요일 보강까지 합치면 16시간을 공부할 때도 있다. 과제가 많아 거의 녹다운이 될 정도. 화술 과목에서는 호흡과 발성, 스피치, 캐릭터 화술을 가르친다. 움직임 공부도 다양하다. 발레를 비롯한 각종 춤은 물론 펜싱, 장구, 판소리까지 가르친다. 연기과는 동서대 54개 학과 중 교과과정 만족도와 학교생활 만족도에서 1위다. 올해 정시 경쟁률도 1위.

연기과 4학년 국민용 씨(24)는 고등학교 때 무엇을 할까 방황했다. 우연히 영화촬영 아르바이트를 하며 연기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대진정보통신고 연극동아리 ‘노른자’에서 공연한 뮤지컬 ‘그리스’에서 주인공을 맡아 처음으로 무대에 섰다. 그는 대학에 들어와 30번 이상 무대에 올랐다. 그러다보니 연기를 왜 하는지 어렴풋하게 느끼게 됐다. 그는 “서울에 가기보다는 부산에 남아 연기를 하고 싶다. 나아가 배우들을 모아 엔터테인먼트 사업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졸업 뒤에는 90% 이상이 전공분야를 찾아간다. 재학생도 영화에 출연하는 경우가 많다. ‘경성학교’에는 재학생 2명, ‘극비수사’에서는 1명, 앞으로 개봉할 ‘조선마술사’에도 5명이 조역 단역으로 출연했다.
동서대 조기왕 연기과 교수는 “역사는 짧지만 학교의 지원도 많고 커리큘럼도 좋아 한강 이남에서는 최고라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윤양섭기자 lailai@donga.com
동서대 조기왕 연기과 교수는 “역사는 짧지만 학교의 지원도 많고 커리큘럼도 좋아 한강 이남에서는 최고라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윤양섭기자 lailai@donga.com

조기왕 연기과 교수는 “역사는 짧지만 학교의 지원도 많아 한강 이남에서는 최고라고 자부한다. 또 영화과와 연기과는 활발한 교류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뮤지컬과는 16년 전 국내 최초로 설립한 학과. 이후에 생겨난 학과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돼 왔다. 음악 무용 연기 등의 체계적인 실기 중심의 특성화 교육으로 유명하다. 특히 소향뮤지털시어터는 부산지역 공연의 요람으로 자리 잡았다. 1197석 규모에 브로드웨이에서 쓰는 최첨단 음향시설을 갖추고 있다. 뮤지컬 레미제라블 팀이 내려왔을 때 소향시어터의 사운드를 그대로 쓰겠다고 했을 정도. 대관할 때가 많다. 하지만 학교 측은 한 학기에 한 달은 학생들만 쓸 수 있게 배려했다. 학생들에게 귀중한 대형 무대 경험을 갖게 해주기 위해서다.

특히 뮤지컬과는 공대에서 만든 캡스톤디자인 개념을 예술대에 처음으로 도입했다. 연극제작실습 과정을 캡스톤디자인으로 만들기도 하고 ‘캣츠’에도 활용했다. 동남권 캡스톤디자인 경연대회에서 수많은 공대 작품을 제치고 당당히 3위로 입상하기도 했다.

뮤지컬과에서는 춤 노래 연기를 모두 가르친다. 노래도 분야별로 전문가들이 있다. 무용 쪽은 뮤지컬 안무계의 대가인 서병구 교수가 맡고 있다. 선배 뮤지컬 스타들도 후배들을 위해 자주 강단에 선다. 성기윤, 이건명 씨가 졸업생이고, 김동현 씨 등이 국내 뮤지컬계의 주역으로 성장해가고 있다.

뮤지컬과는 외부기업과 함께 만드는 메카프로젝트에도 열심이다. ‘총성’은 상용화 단계에 거의 접어들었다. ‘런투럽’의 경우는 학생들이 출연했는데 인터파크에서 발권을 하기도 했다.
동서대 뮤지컬과 오세준 교수는 “16년 전 국내 최초로 설립한 학과다. 이후에 생겨난 학과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돼 왔다.음악 무용 연기 등 실기 중심의 특성화 교육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윤양섭기자 lailai@donga.com
동서대 뮤지컬과 오세준 교수는 “16년 전 국내 최초로 설립한 학과다. 이후에 생겨난 학과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돼 왔다.음악 무용 연기 등 실기 중심의 특성화 교육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윤양섭기자 lailai@donga.com

오세준 뮤지컬과 교수는 “센텀 산업단지는 아시아 영화 영상사업의 메카로 성장하고 있다. 센텀산학단지캠퍼스 조성사업으로 국가에서 매년 10억 원씩을 지원받고 있다”고 말했다.

영화과 정원은 40명, 연기 뮤지컬과의 정원은 각각 30명씩. 영화과 정시전형의 학생부 등급은 2.86. 학교의 지원이 많아 장학금도 넉넉한 편.

부산=윤양섭 콘텐츠기획본부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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