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격장 가기 무서워… 훈련 연기 안 되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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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군 “안전 못 믿어” 문의 급증… 부모 “아들 훈련 보내고 기도할 판”

13일 서울 서초구 육군 52사단 강동·송파 예비군훈련장에서 발생한 총기사건으로 가해자를 포함해 3명이 숨지자 올해 훈련을 앞둔 예비군 사이에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가해자 최모 씨(23·사망)가 계획적으로 불특정 다수를 향해 총을 쐈지만 사격 통제관과 조교 모두 전혀 손을 쓰지 못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예비군 훈련장 내 안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4년 차 예비군인 이모 씨(26)는 “이번 달에 예비군 훈련이 예정돼 있는데 사로(射路·사격구역)에 들어가 총기를 잡고 엎드리는 순간부터 두려움에 휩싸일 것 같다”면서 “전시가 아닌 훈련 상황에서도 목숨을 잃을 수 있다는 걱정 때문에 예비군 훈련 가기가 꺼려진다”고 말했다. 3년 차 예비군 박모 씨(27)는 “동원훈련을 가면 다른 예비군과 농담을 주고받았는데 이제는 내가 무심코 던진 말에 상처 받은 상대방이 보복할까 봐 두려워 입을 닫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자녀가 예비군 훈련 대상자인 부모들도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2년 전 아들이 육군 병장으로 만기 제대했다는 강모 씨(55·여)는 “아들이 현역으로 군 생활을 할 때 언론을 통해 군부대 내 총기사고 소식을 접하면 ‘건강하게만 돌아와 달라’고 기도했다. 제대만 하면 같은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줄 알았는데 이젠 예비군 훈련을 가는 날에도 같은 기도를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일부 예비군은 올해 상반기에 예정된 훈련을 연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서울 송파구의 한 예비군 동대장은 “오늘(14일) 예비군 6명이 사격 훈련의 안전을 우려하면서 ‘예비군 훈련 일정을 연기할 수 있느냐’고 문의했다”면서 “사격 절차를 준수하고, 안전고리를 확실히 부착하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득하느라 힘들었다”고 말했다. 예비군 2년 차인 김모 씨(24)는 올해 예비군 동원훈련 소집 통지서를 받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어느 날 우리 집 우체통에 꽂혀 있을 소집 통지서를 생각하면 겁이 덜컥 난다”고 했다.

인터넷에선 군 당국의 예비군 안전 관리 소홀을 비판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촉구하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트위터 아이디 ‘Needles*******’는 “예비군 훈련이 끝나면 훈련수당을 받는데, 이제는 생명수당까지 챙겨줬으면 좋겠다”고 꼬집었다. 트위터 아이디 ‘vivid_fl******’는 “입대 전 신체검사와 현역 복무 중에도 상담 등을 통해 정신감정을 하는데 예비군 훈련 전에는 실시하지 않는 이유가 궁금하다”고 말했다.

정윤철 trigger@donga.com·차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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