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만 회장 계열사 직원, 3장 유서 남기고 스스로 목숨 끊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10일 16시 44분


코멘트
전남 광양에서 포스코 협력업체 직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전남 광양경찰서에 따르면 10일 오전 7시 50분경 전남 광양시 마동의 한 공원에서 목을 매 의식을 잃고 있는 양모 씨(48)를 양 씨의 부인(46)이 발견했다. 양 씨는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들이 응급처치를 했으나 끝내 숨졌다.

양 씨는 박근혜 대통령의 남동생인 박지만 회장의 이지그룹 계열사인 이지테크에 근무하고 있다. 이 회사 노조 지회장인 양 씨는 2011년 “부당해고를 당했다”며 소송을 제기해 지난해 승소했다. 생산직이던 그는 지난해 5월 사무직 발령을 받았다. 전체 직원 50여명 가운데 양 씨만 현재 노조 활동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 씨는 주변에 “회사가 사무실에 혼자 근무하게 하고 끊임없이 감시하고 있다”며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속노조 포스코 사내하청 분회는 양 씨가 지난해 10월 언론 인터뷰 때 사무실 사진을 제공했다는 이유로 이달 1일부터 정직 2개월의 처분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양 씨는 9일 충남 금산에서 열린 이지그룹 체육대회에서 1인 시위를 한 후 노조 분회 일행과 함께 차량으로 광양에 돌아가는 길에 공원 근처에서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양 씨는 이후 10일 오전 7시 26분경 노조 분회장 A 씨에게 전화를 걸어 “죽겠다”고 말했다. A 씨는 전화를 받은 직후 경찰에 위치추적을 요청하고 양 씨 부인에게 전화를 했다.

A 씨는 경찰에서 “포스코 등이 노조를 탄압해 생긴 불행한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숨진 양 씨는 광양시 중마당 노조사무실에 앞에 세워둔 자신의 승용차에 A4용지 3장 반 분량의 유서를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는 “양 씨가 남긴 유서 일부에는 박지만 회장에게 회사 경영방침을 바꿔 달라고 요청하는 내용이 적혀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유족에게서 유서를 넘겨받아 정확한 사망 경위를 조사할 방침이다. 노조 분회 측은 11일 오후 2시 기자회견을 할 예정이다.

광양=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