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公기관 지원사업 신청자를 公기관 평가단장 선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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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대 반장식 MOT 원장 기재부, 지원사실 알고도 임명
“서로 봐주기 평가 의심할만한 상황”

반장식 공공기관 경영평가단장(사진)이 원장으로 있는 서강대 경영기술전문대학원(MOT)이 공공기관의 예산지원 심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평가를 받아야 하는 사람이 평가를 하는 사람이 된 꼴이다. 담당 부처인 기획재정부는 올 2월 서강대 측이 예산 지원 신청을 준비하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반 원장을 평가단장으로 임명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일각에서는 반 원장이 기획예산처(현 기재부) 차관 출신이어서 기재부가 ‘제 식구 챙기기’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16일 관련 부처에 따르면 서강대 MOT는 최근 공공기관인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이 주관하는 대학원 지원 사업에 신청서를 냈다. 현재 심사가 진행 중이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은 국가 연구개발(R&D) 역량을 높이기 위해 개별 대학원에 5년간 최소 50억 원을 지원해 주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사업에는 고려대 한양대 등도 지원했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 관계자는 “신청서를 낸 대학을 모두 밝힐 수는 없지만 상당히 많은 대학이 지원했기 때문에 이 가운데 일부를 선정하기 위한 심사 절차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결국 반 단장은 공공기관 경영평가의 일환으로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을 평가하고,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은 예산 지원을 놓고 반 단장(서강대 MOT 원장)을 평가하고 있는 상황이 만들어진 셈이다.

공공기관 경영평가는 우수 공공기관에는 인센티브를 지급하고 실적이 저조한 기관에는 예산과 인센티브를 삭감하는 불이익을 준다. 최하 등급 기관장은 해임될 수도 있기 때문에 공공기관들은 이 평가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평가단을 이끄는 단장은 공공기관의 ‘목줄’을 쥔 인물로 평가되기도 한다. 단장은 별도 공모나 추천 절차 없이 기재부 내부 심사를 통해 임명된다.

학계 일각에서는 “평가자와 피평가자가 맞물려 있는 만큼 반 단장과 한국산업기술진흥원 사이에 암묵적으로 ‘봐주기 평가’가 발생할 개연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재부가 제 식구 감싸기에 빠져 실수를 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적지 않다.

하지만 기재부 관계자는 “단장은 기재부와 함께 큰 흐름을 조율할 뿐이지 실무평가에는 영향력을 미칠 수 없다”면서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고 반박했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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