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스터高, 정권 바뀌니 ‘찬밥’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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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정부 고졸채용 늘리려 신설… 現정부 도제학교 정책에 밀려
예산 절반이상 줄어 학교들 비상

2010년 마이스터고로 개교한 경북 A고는 이달 초 열린 경북기능경기대회 참가를 앞두고 대회 준비 예산을 마련하느라 진땀을 뺐다. 도교육청의 예산 지급이 예년보다 늦어지면서 대회 준비에 필수적인 장비 구입과 실습에 쓸 돈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A고 관계자는 “올해 들어 정부에서 지원하는 학교 운영 예산이 전년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면서 교육에 애를 먹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 고졸자 채용 확대를 목표로 출범한 마이스터고가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홀대를 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지난달 정부가 ‘스위스 도제식 직업학교(산학 일체형 특성화고)’ 시범 사업을 시작하자 일선 학교 현장에서는 “정부가 불필요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스위스 도제식 직업학교는 지난해 1월 박 대통령의 지시로 국내에 도입돼 올해 3월 전국 9개 특성화고를 대상으로 시범 운영에 들어갔다. 교육부 관계자는 “도제식 직업학교는 특성화고 일부 학과를 대상으로 운영하는 것”이라며 “마이스터고와는 성격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마이스터고는 전국에 총 41곳이 있다.

문제는 예산이다. 올해 교육부는 도제학교 1곳당 연간 약 1억 원을 지원한다. 고용노동부도 기자재 구입비 등으로 도제학교 1곳당 최대 20억 원까지 지원한다. 반면 마이스터고에 지원하는 예산은 이번 정부 들어 줄었다. 교육부는 각 시도교육청에 마이스터고 1곳당 연간 8억∼11억 원을 지원하도록 권고하고 있지만 지방자치단체의 예산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충분히 지급하지 않고 있는 탓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마이스터고 교사는 “과거 고졸자 채용 인원을 늘렸던 기업들도 정권이 바뀌자 고졸 채용을 줄이거나 꺼리고 있다”며 “채용 규모는 줄었는데 도제학교 졸업생까지 나올 경우 고졸자 취업은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호경 기자 whalefisher@donga.com
#마이스터고#정권#찬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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