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장관 회의 보름만에… 손 내밀면 뒤통수 치는 아베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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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중학교과서 ‘독도 도발’]

일본이 한국의 전향적인 태도를 역사 교과서 도발로 갚는 행태를 반복했다. 한국은 국내 반대 여론의 부담을 무릅쓰고 한중일 3국 외교장관회의를 서울에서 개최하는 등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 손을 내밀었지만 그 손에 침을 뱉은 격이다. 이런 양상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취임한 2012년 12월 이후 매년 되풀이되고 있다.

○ “일, 외교적 판단 기능 고장 난 듯”

정부는 지난달 21일 서울에서 3년 만에 한중일 3국 외교장관회의를 재개하고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상을 한국으로 초청했다. 외상 취임 후 처음이었다.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 예방도 주선했다. 못마땅해하는 중국을 설득해 ‘편리한 가장 빠른 시기에’ 한중일 3국 정상회의를 개최한다는 내용을 언론 발표문에 담자고 설득한 것도 한국이었다. 모두가 일본이 원하는 것들이다. 하지만 일본은 외교장관회의를 한 지 약 보름 만에 역대 가장 악화된 내용이 담긴 중학교 교과서의 검정을 통과시켰다고 6일 발표했다.

일본은 아베 총리의 이달 말 미국 방문과 의회 연설을 앞두고도 검정 결과 발표를 강행했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 민주당 대표가 서울에서 “일본이 어떤 식으로든 위안부 문제에 사과하기 바란다”며 역사 문제에 대한 일본의 태도 변화를 촉구하고 일본으로 건너가 아베 총리를 만난 직후라는 점도 눈에 띈다. 정부 당국자는 “일본이 기성품처럼 내장된(built-in) 일정에 따라 △‘다케시마(竹島·독도의 일본식 이름)의 날’ 행사 △교과서 검정 결과 발표 등을 기계적으로 쏟아내고 있다. 외교적 판단 기능이 고장 난 것 같다”고 말했다.

○ 한국 다가설 때마다 이어지는 일본의 역주행

일본이 한미의 성의에 아랑곳하지 않고 ‘나의 길(my way)’식 막무가내 행보를 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3년 12월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이 취임 후 처음 한국과 일본을 순방하고 ‘한일 관계의 조속한 진전’을 당부하고 난 뒤에도 아베 총리는 전범(戰犯)이 합사된 야스쿠니(靖國)신사를 전격 참배했다. 미국의 뒤통수까지 친 이 행동으로 청와대는 당시 검토 중이던 한일 정상회담 재개 카드를 폐기했다. 또 일정을 협의 중이던 한일 차관급 전략대화, 안보정책협의회도 줄줄이 연기했다.

이듬해(2014년) 3월, 대일 여론이 여전히 안 좋았지만 박 대통령은 네덜란드의 핵안보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한미일 3국 정상회의에 참여했다. 처음으로 아베 총리를 공식 석상에서 만났다. 그 이후 한일은 국장급 위안부 협의를 개시하면서 접점을 찾는 듯했지만 일본이 △평화헌법 9조 해석개헌 강행 △위안부 강제동원을 시인한 고노 담화 검증을 강행하면서 관계가 급랭하고 말았다.

이처럼 한국이 성의를 보일 때마다 일본이 제멋대로의 행보를 보이면서 한국 내 대화파들은 설자리를 잃고 있다. 유흥수 주일 대사가 3일 한일 관계에 대해 “예전보다 교류가 활발해지고 있다. 나름대로 양국 관계가 복원돼 간다”고 말한 것이 무의미해 보일 정도다.

한일 수교 50주년을 맞아 어떻게든 관계를 진전시키려는 대화파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9일 시작되는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장관의 첫 한일 순방과 5년 만에 재개되는 한일 안보정책협의회 이후 일본이 또 어떤 어깃장을 놓을지 주목된다. 외교 당국자는 “한미 관계가 좋은 상황이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한일 관계가 악화되더라도 감내할 수 있다. 일본에 할 말은 하고 당당하게 대응하면 된다”고 말했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아베#일본#독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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