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명동서 서초경찰서까지 4시간 걸어온 中관광객…무슨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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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년 12월 24일 11시 01분


동아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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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전 0시 50분경 서울 서초경찰서 안내데스크에 관광객으로 보이는 지친 남녀가 나타났다. 중국인 A 씨(37)와 B 씨(34·여)는 야간 당직 중이던 안모 경장과 주모 경사에게 다가갔다. 이들은 자신들의 휴대전화를 건네며 중국어로 상황을 설명했다. 두 경찰관은 알아듣지 못해 필담을 시도했지만 간자체를 쓰는 중국인과 소통하는 데 실패했다.

‘언어 장벽’에 좌절한 경찰은 중국어에 능통한 지인을 통해 ‘3자 대화’를 시도하는 한편 중국인들의 휴대전화 사진을 통해 이들의 민원 내용 파악에 나섰다. 중국인들과 통화한 지인은 “이들은 19일 입국한 관광객으로 21일 명동에서 쇼핑한 뒤 일행(20명)을 잃어버려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행을 놓치자 무작정 경찰 상징인 독수리 마크만 찾아 다녔다는 것. 경찰이 이들의 휴대전화에 남겨진 사진을 살펴보니 청계천과 북촌, 명동에서 찍은 기념사진이 수두룩했다. 가이드 연락처도, 호텔 이름도 기억하지 못한 이들은 명동을 출발해 서초경찰서까지 4시간을 걸어왔다. A 씨는 “이름 모를 다리를 통해 강(한강)까지 건너는 정말 험난한 여정이었다. 한국 날씨가 이렇게 추울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별 단서가 없어 애를 먹던 중 주 경사의 눈에 휴대전화에 담긴 일정표 사진이 들어왔다. 일정표에는 ‘○○○호텔’이라는 글자가 희미하게 찍혀 있었다. 경찰은 인터넷을 통해 해당 호텔 연락처를 알아낸 뒤 호텔 당직자와 연락해 중국인들을 버스에 태워 무사히 돌려보내는데 성공했다. 호텔 관계자는 “일행을 찾은 이들은 한국 경찰의 친절함에 놀랐다며 고맙다는 말을 반복했다”고 전했다.

정윤철기자 trig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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