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8일 추석 명절을 앞두고 주변에서 선물세트가 하나둘 들어오는 시기가 됐다. 어떨 때에는 같은 선물이 들어오기도 한다. 대개 이런 물품들은 골칫거리가 되기 마련이다. 올 추석 명절에는 이런 선물세트를 이웃과 나눠보면 어떨까.
서울시는 추석 명절을 앞두고 ‘기부 나눔 캠페인’을 25개 자치구와 함께 펼친다고 24일 밝혔다. 사실 기부를 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도 그 방법을 잘 몰라 참여하기 어려운 사람도 많다. 하지만 이번 나눔 캠페인에는 갖고 있는 각종 식료품이나 생활용품을 가까운 동 주민센터나 아파트 관리사무소, 교회 등에 갖다 주기만 하면 된다. 물품과 함께 성금을 기탁해도 된다. 25일∼다음 달 5일 수집된 물품들은 추석 전에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의 어려운 이웃들에게 전달된다. 나에게는 별로 필요치 않은 물품들이 누군가에게는 귀한 명절 선물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집에 있는 통조림이나 캔음료, 라면 등을 이웃과 나누는 것은 아직 우리에게 낯설다. 하지만 미국은 추수감사절이 되면 ‘푸드 드라이브 캠페인’이 대대적으로 열린다. 집집마다 생필품과 음식을 정해진 규격봉투에 담아 넣으면 우체국 노조원을 비롯한 자원 봉사자들이 이를 수거해 자선단체 등을 통해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하는 행사다. 서울시 희망복지지원과 관계자는 “우리 사회의 경제 양극화가 지속되는 가운데 남는 식품 및 생활용품을 이웃과 나누는 제도적 기반이 부족한 상황에서 이런 나눔 캠페인은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음식물 가운데 실온에서 변질될 수 있는 고기나 냉동·냉장 식품, 김치, 반찬류 등은 접수하지 않는다. 개인별로 복용에 차이가 있을 수 있는 의약품이나 건강식품도 기부 대상에서 제외된다. 그 대신 치약, 칫솔, 비누, 세제 등 생활용품은 폭넓게 받는다.
서울시와 25개 자치구는 지난해부터 이런 나눔 캠페인을 진행했다. 지난해 추석과 올 설 명절에 답지한 기부금(현금+현물을 돈으로 추산한 금액) 총액은 27억3291만 원이었다. 자치구당 지난 두 번의 명절 동안 총 1억932만 원을 모금한 셈이다. 명절에 이웃과의 나눔 정신이 가장 높았던 자치구는 어디일까.
영등포구는 지난 추석과 올 설에 모두 자치구 가운데 기부금 1위를 차지했다. 두 번의 명절 동안 총 4억4545만 원을 모아 자치구 평균 기부액의 4배가 넘는 수치다. 송파구(2억5736만 원), 동대문구(2억3328만 원), 관악구(2억2185만 원), 종로구(2억785만 원) 순이었다. 반면 금천구는 210만 원으로 가장 모금액이 적었다. 용산구(274만 원) 양천구(946만 원) 은평구(1735만 원) 마포구(2516만 원)도 하위권이었다.
1위를 차지한 영등포구 복지정책과 관계자는 “직원들이 먼저 나서서 집에 있는 생필품을 기부하는 ‘캔(CAN) 하나의 나눔’ 행사를 진행했다. 또 명절뿐만 아니라 상시적으로 나눔 행사를 펼친 것이 기부 문화를 확산시킨 계기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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