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씨(31·여)가 2005년 7월부터 영양사로 일했던 서울 강남구 소재 보육원의 실태에 대해 경찰에 진술한 내용이다. 이 보육원은 매년 서울시로부터 국고보조금 6억∼10억 원을 받고 기업과 개인후원금도 1억여 원씩 받아왔지만 아이들 밥을 질 낮은 쌀로 지어 먹였다. 황모 원장(56·여)이 친척 황모 총무(61)와 짜고 쌀을 사야 할 국고보조금 일부를 몇 년 동안 빼돌려왔기 때문이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황 원장과 황 총무를 횡령과 배임 혐의 등으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3일 밝혔다. 보육원에는 매년 아이들의 주·부식비와 옷값 명목으로 생계보조금 3000만∼7000만 원이 나왔다. 황 원장 등은 2005년부터 생계보조금으로 서울 서초구 양재동 대형마트에서 쌀 20kg짜리 한 포대를 4만2000원에 산 뒤 도매상에게 3만 원에 되파는 수법으로 9년 동안 59차례에 걸쳐 1억3000만 원을 챙겼다. 보육 아동들에겐 질 낮은 쌀로 지은 밥이나 후원물품으로 들어온 라면 빵 등을 먹였다. 빼돌린 돈은 개인 생활비로 썼다.
경찰에 따르면 이 보육원은 대기업과 유명 인사에게 쌀을 후원받았는데 대부분 오래 묵어 품질이 떨어지는 쌀이었다고 한다. 지난해에는 후원금 1억4000만 원과 더불어 쌀 164포가 들어왔고 2012년에도 후원금 8300만 원과 쌀 260포가 기증됐다.
보육원에 들어오는 국고보조금의 70∼80%는 황 원장을 포함한 직원 20여 명의 인건비로 쓰였다. 황 원장은 매달 350여만 원을 받으면서 판공비나 차량 주유비 등을 국고보조금으로 쓴 것으로 조사됐다. 2001년 보육원 운영을 그만둔 어머니를 직원으로 허위 등재해 건강보험료 1300여만 원을 국고보조금으로 냈고 2009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부모와 간병인을 보육원에 거주시키며 보조금 2800여만 원을 이들의 숙식비로 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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