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돈 180만 원에 사람 살해한 심부름센터, 어떤 곳이기에…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14일 16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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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연극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던 한 공연예술가가 이달 초 대낮에 납치범들에게 끌려다니다 흉기에 찔려 숨지는 끔찍한 사건이 벌어졌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유학파 출신 피아니스트인 피해자의 헤어진 아내 A 씨가 심부름센터를 통해 이번 일을 사주했으며 착수금 조로 건넨 돈이 불과 180만 원에 불과했다는 것.

심부름센터는 어떤 곳이기에 이렇게 어이없는 일이 벌어지는 걸까.

이번 사건 담당 형사인 경기 용인동부경찰서 주진화 형사과장은 14일 "의뢰인 여성(A 씨)이 지난해 인터넷 검색창에서 심부름센터를 검색해 찾은 해당 사이트에 상담 글을 적었는데 며칠 후 이 사건의 주범 이모 씨로부터 연락이 와 만났다"고 설명했다.

주 형사과장은 이날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통화에서 이번 사건의 내막을 들려줬다.

그는 "A 씨는 '(이혼한 남편이) 자기를 괴롭히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이런 식으로 상담 글을 남겼는데 범인들과 모의하는 과정에서 점점 일이 커진 것 같다"며 애초부터 A 씨가 청부살인을 의뢰한 것은 아니라고 전했다.

그는 "납치범들의 진술도 비슷한데 다만 납치범들은 돈에 더 관심을 가졌다"며 "여자가 이혼한 남편에게 뜯긴 돈이 있고 전 남편의 재력이 꽤 된다는 얘기를 듣고 피해자를 납치해 돈을 뜯어내려는 계획을 세웠다고 인정했다"고 덧붙였다.

주 형사과장은 "납치범들은 처음 의뢰비로 1000만 원을 요구했으나 (A 씨가) 돈이 없다고 해 일단 착수금으로 180만 원을 받았으며 더 이상의 돈거래는 없었다"고 전했다. 결국 180만 원 때문에 전도유망한 한 예술가가 목숨을 잃은 것.

그는 이번 건을 의뢰받아 납치범들에게 일을 맡긴 심부름센터 주인의 정체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며 A 씨는 이 정도 결과(살해)까지 나올 줄 몰랐다며 후회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납치범들은 모두 특별한 직업이 없는 20대 중반의 남성으로 작년부터 서울과 수원의 유흥업소에서 영업 상무나 종업원으로 일하면서 알게 된 사이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납치범들은 4일 오후 영동고속도로에서 경찰과의 추격전 끝에 검거됐다. 피해자는 용인휴게소에서 탈출을 시도하다 다시 잡혀 차량에 탑승했을 때 납치범들이 휘두른 칼에 왼쪽 대퇴부 동맥이 끊겨 과다출혈로 숨졌다.

3년 전 결혼했으나 2년 뒤 이혼한 후 이번 범행을 사주한 A 씨도 구속됐다. 그는 이혼 후 헤어진 남편이 자기에 대한 나쁜 소문을 퍼뜨리고 돈까지 갈취해 범행을 의뢰했다고 경찰에서 주장했다. 하지만 유족 측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한편 심부름 센터의 실태와 관련해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곽대경 교수는 같은 방송과의 통화에서 "2011년 말 경찰이 전국에 1574곳의 심부름 센터가 있다고 추정한 적이 있으며 한 언론보도에 따르면 현재는 3000개 정도가 영업을 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그는 심부름센터의 주요 업무를 크게 세 가지라고 설명했다.

첫 번째는 불륜 증거 수집 등 개인의 가정사 관련 업무, 두 번째는 산업스파이 추적 등 기업조사, 세 번째는 선거관련 조사 등이다.

곽 교수는 "심부름센터는 세무서에 신고만 하면 바로 영업을 할 수 있다"며 "이를 관리하는 주무부처가 명확하게 정해져 있지 않은 관리의 허점이 있다"고 지적하며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박해식 동아닷컴 기자 pisto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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